12일 재계에 따르면 태양광 및 화학 전문기업 OCI는 최근 주력 사업인 태양광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OCI의 자회사 DCRE는 인천 미추홀구의 용현·학익지구에 155만㎡ 규모의 토지를 보유 중이다. OCI는 이 땅에 1만3,149가구 규모의 주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OCI 측은 현재 해당 부지를 건설업체와 공동 개발하기 위해 대형건설사와 접촉 중이며 상황에 따라 관련 부지를 건설업체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OCI 입장에서 용현·학익지구 개발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다. OCI는 최근 3·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5%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으로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인 한진중공업도 보유 중인 대형 부동산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부동산은 인천 북항 부지, 동서울터미널, 영도조선소 등 크게 세 개다. 이중 인천 북항 부지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서울터미널은 재개발, 영도조선소는 향후 조선소 이전 등의 절차를 거쳐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동서울터미널은 주거·업무·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설 수 있는 부지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이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영도조선소도 개발 후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몇 년간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도 부동산 때문에 웃고 우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 단지부지 내 마지막 필지를 매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마곡 R&D 부지를 사들였으나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2016년부터 매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곡의 경우 입지가 좋아 순조롭게 매각이 끝났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림·옥포 단지 사원 숙소와 옥포동에 위치한 복합업무단지는 매각 계획이 애초 올해에서 내년 이후로 연기됐다. 거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사들이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치가 너무 높아 고민인 기업도 있다. 부산 영도에 자리 잡고 있는 국내 민간조선 1호 기업인 대선조선이 대표적이다. 매각을 추진 중인 대선조선은 현재 영도와 다대포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최근 부산 지역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대선조선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와 매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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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경우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지연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2014년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한국전력이 보유한 삼성동 부지를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인수했지만 아직 신사옥 건립을 위한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서울시의 건축심의·교통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등 착공까지 규제가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겨우 하나 통과해도 다음 단계에서 막히면서 착공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정부의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와대까지 나서 GBC 건립 인허가에 찬성하며 힘을 실어줬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GBC 착공을 위해서는 국토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는 GBC 착공 지연으로 하루 수억원의 예상치 못한 비용까지 낭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과거 10조원이 넘는 한전 부지를 인수하는 게 타당했느냐는 논란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어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고병기·양철민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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