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1년 반 이상 끌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을 오는 14일 내릴 예정인 가운데 징계 수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징계 수위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도,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삼성바이오와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명확하게 갈린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종속회사, 2015년부터는 바이오시밀러 국내 승인 등 호재가 생기면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이 올바른 회계처리라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는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의 지분구조 등을 들고 있다. 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 50대50 지분투자를 제안했지만 바이오젠은 사업 리스크를 감안해 85(삼성바이오)대15(바이오젠)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바이오젠이 공동지배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 당시에는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콜옵션 계약 당시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에 들이는 비용보다 콜옵션에 따른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내가격’ 상태가 됐기 때문에 2012년부터 종속이 아닌 관계사로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5년 국내 판매승인과 임상 1~2개 성공이 특별한 사항은 아니며 당초 회사의 사업계획에 의해 계속 실현된 것이라는 것.
판단은 증선위원의 몫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주장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판단한다면 삼성바이오의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선위가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 고의로 판단한 만큼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증선위는 콜옵션 누락과 관련해 2012~2013년은 중과실, 2014년은 삼성바이오가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계기준 변경 역시 2012~2014년은 중과실, 2015년은 고의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회계기준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삼성물산 합병 이슈에 대한 판단도 관심사다. 금감원은 지난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회계기준 변경과 관련해 보고한 문건을 제출했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11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연기됐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감안해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고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한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이슈가 이번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새롭게 제출한 조치안에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위반 동기로 합병이나 상장 이슈를 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기준 변경의 적절성 여부만을 놓고 증선위원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감원은 수정조치안을 제출하기 전에 열린 감리위원회와 증선위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회계기준 변경의 동기로 설명했지만 감리위와 증선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증선위도 삼성물산 합병을 삼성바이오 회계기준 변경의 직접적 동기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전실 보고문건만으로 회계기준 변경을 문제 삼기에는 논리적 근거가 약할 수 있다”며 “회계기준상 고의는 동기가 아니라 정도의 심각성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삼성물산 합병 이슈를 고려하지 않아도 고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선위가 설사 고의로 판단한다고 해도 상장폐지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분식회계로 지난해 증선위 제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3개월간 거래가 정지되기는 했지만 상장폐지되지는 않았다. 일단 증선위가 검찰 고발 조치를 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거래는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통보 조치와 함께 회계처리기준 위반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설사 증선위가 고의로 판단한다고 해도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와 투자자 문제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장폐지 결정을 쉽게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