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상업성’을 벗어 던지고 있다. 품질, 가격 등 전통적인 마케팅 요소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면서 브랜드를 알리는 모습이다.
12일 블랙야크는 서스테이너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우’가 제작하는 ‘나우 매거진(영문판)’이 11월 초 미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일본 최대 서점 ‘츠타야’ 입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나우 매거진은 판매 수익 전부가 환경단체에 기부되는 로컬 다큐멘터리 잡지다. 브랜드 제작 잡지 중 최초로 독립 서점에 입점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더니 대중성을 확보하며 해외 서점으로까지 발을 뻗은 것이다.
나우 매거진은 블랙야크가 2015년 인수한 포틀랜드 기반의 브랜드 나우와 독립출판사 ‘로우프레스’가 협업해 발간하는 잡지다. 나우 매거진에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나우의 정체성이 담겼다. 나우는 각종 오염을 일으키는 패션 브랜드의 생리를 거부하며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친환경적인 소재 선택에서부터 옷을 만드는 사람의 인권까지 고려하며 옷 제작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나우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총 3권의 나우 매거진을 출판했다. 1년에 두 번 발간되는 나우 매거진은 매호 하나의 도시를 선정한다. 나우가 시작된 포틀랜드를 담은 1호를 시작으로 2호 타이페이편과 3호 베를린편을 펴냈다. 나우 매거진은 장소는 다르지만 각 도시에서 본인만의 신념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현지인의 이야기를 인터뷰, 화보 등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매번 선택하는 도시가 다르지만 나우의 가치관과 닮아 있는 도시를 선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있다”면서 “자전거 도로를 마련하는 등 약한 교통수단을 위한 공감을 가진 도시, 타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행복한 도시”라고 설명했다.
가치 소비를 겨냥하는 브랜드는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밀레니얼 세대와의 접점을 늘린다. 얼마 전 디뮤지엄에서 개최한 북 라운지 ‘일주일만 엽니다’ 에 초청된 나우도 나우 매거진에 관한 북 토크 자리를 마련했다. 이 곳에 참석한 한 관객은 “잡지를 접하고 나서 나우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다”면서 “그동안 즉흥적으로 사고 버리는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만의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의 계산적이지 않은 활동은 사실 가장 계산적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본인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브랜드에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남윤주 나우매거진 총괄 디렉터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하는 무엇이든지 간에 편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나우의 활동에 지지를 보내는 ‘나우 피플’도 늘고 있다”면서 “독립서점에 입점되면서 좋은 책을 만든다는 것을 인정받은 나우가 단순히 옷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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