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서비스 등에도 집중투자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그룹내 ‘차 비즈니스 간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14일 “폭스바겐과 미국 및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가격 등은 양측간의 계약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수주 물량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및 유럽 공장에서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코마론 공장은 내년에 공장이 완공되며 연간 7.5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미국 내 신규 배터리 공장은 현재 설립 부지 서너곳을 놓고 검토 중이며 전기차 납품 시점인 2022년 이전에는 완공 및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량이 40조원까지 치솟앗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2022년부터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만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계약으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량이 업계 1위인 LG화학(051910)의 절반 정도로 까지 높아졌다”며 고 밝혔다. SK그룹의 포스트 반도체 발굴은 그룹 내 반도체 쏠림이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계속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룹 내에서도 위기론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6월 조대식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은 ‘2018년 확대경영회의’에서 “SK그룹의 어려움이 반도체 착시 현상에 가려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폭스바겐과의 계약으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SK이노베이션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서산 공장을 통해 4.7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며 내년에 가동될 중국 창저우 공장(7.5GWh) 및 헝가리 코마론 공장 생산량까지 감안하면 2020년경에는 총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재 건립을 검토중인 미국 공장까지 가동된다면 업계에서는 연 생산량이 약 30GWh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GWh는 전기차 약 1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선수주 후증설’ 원칙을 바탕으로 공장을 확대해 나가는 만큼 과잉투자 우려도 없다. 무엇보다 김 총괄 사장이 지난해 간담회에서 선언한 ‘2025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 달성’이라는 목표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향후 SK그룹의 미래 먹거리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블룸버그의 ‘뉴에너지파이낸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11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2030년경에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28%에 이르는 3,000만대로 까지 커질 전망이다. 또 2040년에는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6,000만대로 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계속 된다면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가 현재 SK그룹의 영업이익 8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이을 기대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중국 시장에서의 약진 여부에도 눈길이 간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 업체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왔지만 오는 2020년부터는 지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30년 세계시장 점유율 3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시장으로 관련 보조금이 사라지면 기술력을 앞세운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 SDI와 같은 한국 업체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수주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SK이노베이션의 뛰어난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술과 안정적 공급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글로벌 영토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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