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 유적인 몽촌토성(사적 제297호)에서 오늘날 로터리와 유사한 회전교차로와 포장도로 등 대규모 도로 유적이 나왔다. 또 삼국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방 14m 규모 대형 집수지(물을 모으는 곳)도 새롭게 확인됐다.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은 14일 ‘2018년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에서 몽촌토성에 대한 이런 내용을 담은 발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3년부터 몽촌토성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온 한성백제박물관은 이번 조사에서 몽촌토성 북문지 안쪽에 회전교차로가 설치됐고 이 교차로를 중심으로 남-북, 동-서, 회곽도(廻郭道·성벽이나 성벽 내외에 성벽을 따라 돌 수 있게 낸 길)가 갈라져 나가는 ‘격자모양’ 도로망을 구축한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백제 중심도로는 노면 폭이 10m로 지금까지 백제도성에서 확인된 도로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자갈과 점토·풍화암반토를 혼합해 25~50㎝ 높이로 단단히 성토를 다진 포장도로다. 당시 사람과 물류의 왕래가 빈번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자 백제 도로의 조성과정과 토목기술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또 회전교차로 안쪽 공간에는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방 14m 규모 대형 집수지가 새롭게 확인됐다. 말머리뼈, 패각(조개껍데기), 복숭아씨 등 동·식물유존체와 건축부재로 사용된 목재유물 등이 출토됐다. 당시 고구려가 한성 함락 후 몽촌토성을 거점으로 일정 기간 주둔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고고자료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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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삼족기·호·시루 등 다수의 고구려 토기가 출토됐으며, 고구려에 의해 조성된 도로, 건물지, 수혈(구덩이) 유구(옛 토목건축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흔적) 등이 확인됐다.
도로는 백제의 도로를 증·개축해 사용했고 건물지·수혈유구 같은 생활유구는 폐기된 백제 생활유구면 위에 두께 20~40㎝ 정도의 성토대지를 조성하고 새로운 건물지 등을 조성해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한성백제가 고구려, 가야, 중국, 왜 등 주변국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도 출토됐다. 창녕양식의 가야토기 대부발(굽다리바리), 고구려토기 호(항아리), 왜의 스에키 배(접시) 조각, 중국 육조시대의 청자와 시유도기 조각 등이 대표적이다.
백제인의 얼굴이 새겨진 백제토기 뚜껑 꼭지를 비롯해 제첨축(책갈피) 모양의 목기·나무방망이·건축부재 등 목재유물, 사슴뿔로 만든 골각기, 박으로 만든 용기 등 한성백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생활유물도 다수 발견됐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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