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계 시장에 등장한 폭스바겐 티구안은 양산차 브랜드 사이에서 컴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시대를 연 모델이다. 이전에 경쟁사들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중소형 SUV가 있었지만 티구안만큼 넓게 일반 고객에게 인기를 끌진 못했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승한 티구안은 풀체인지(완전변경) 후 올해 국내에 출시된 2.0TDI 4모션 모델이다. 서울 도심과 외곽순환도로 등을 약 300㎞ 주행했다.
우선 외형과 인테리어를 가로 직선으로 가다듬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 세대보다 커졌다. 컴팩트가 아니라 중형 SUV로 불러도 될 만큼 넓어졌다. 이전 모델보다 전장이 55㎜ 늘어나 4,485㎜로 길어졌다. 휠베이스도 76㎜, 전폭도 30㎜가 불어나 확실히 커졌다. 특히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공간은 물론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슬라이딩 도어로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것과 앞좌석 뒤에 간이 쟁반이 설치된 점은 가족을 위한 차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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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점은 경쾌한 주행 성능이다. 티구안은 폭스바겐의 새로운 플랫폼 ‘MQB’를 기반으로 제작돼 50㎏가량 무게가 줄었다. 여기에 전 세대와 같은 7단 듀얼클러치(DSG) 미션을 장착했다. 전 세대 모델의 경우 엔진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 묵직한 소리를 내며 굼뜨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었다. 속도가 올라가야 땅을 짚고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세대는 엑셀을 밟으면 가볍지만 단단한 차체가 곧바로 운전자에게 경쾌함을 선사한다. 빠른 체결감의 DSG 미션은 기어를 바꾸며 속도를 낼 때마다 상당한 스포츠 주행 감각을 준다. 마치 해치백인 폭스바겐 골프를 타는 듯한 인상이다.
이전 세대 티구안은 저속 구간에서 변속을 할 때 DSG 미션이 반 박자 빠르게 변속돼 울컥하며 차가 출렁이는 불만이 여러 운전자들로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시승기간 동안 DSG 미션은 이 같은 변속 충격을 주는 법이 없었다. 확실히 티구안은 세대를 거치면서 잘 다듬어졌다.
다만 지난 세대와 같이 견고한 차체 강성과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에서 나오는 노면 진동과 소음은 크게 개선되질 못했다. 좁은 도로와 곡선이 많은 유럽 지형에 어울릴 법한 세팅이다. 일반 가솔린 세단을 타다 티구안으로 갈아타는 경우에는 경쾌한 주행성능에 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르지 못한 도로의 도심 주행과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함을 느낄 수도 있다. 가격은 4,687만원. 딜러에 따라 할인이 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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