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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모빌리티' 도시 샌프란시스코] 규제없는 공유경제...출퇴근 천국 만들었다

車서 자전거·스쿠터로 확산

교통난 해소·소득 향상 효과

국내는 기득권 반발 지지부진

자전거서비스에 포드·우버 가세

"車 공유해 月 625弗 벌었죠"





# 지난 14일(현지시간) 직장인들의 출근이 한창이던 오전7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에 들어서자 독특한 광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이 전기 스쿠터(Electric Scooter)를 타고 일렬로 줄지어 있던 자동차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이 직장인은 “집에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있는 직장까지 스쿠터를 타면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자동차보다 훨씬 편리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편 차도에서는 또 다른 직장인이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른 곳을 향해 바쁘게 페달을 밟고 있었다.

에어비앤비와 위워크 등 각종 공유경제 기업의 요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공유 모빌리티 역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버를 전 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 기업 1위로 만든 승차공유를 비롯해 전기 스쿠터·자전거 등 이용자들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금액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공유 모빌리티 업체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교통난 해소와 환경 보호, 소득수준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카풀 산업은 택시업계의 반대로 수년째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형 공유승차를 표방하며 창업했던 스타트업들은 택시업계의 반발에 밀린 정부 당국이나 지자체들이 사업을 막아서면서 사라지거나 피인수됐다.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이 카풀 사업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들기고 있지만 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회는 카풀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 운송 수단이 소유하는 것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는 오히려 규제 완화가 시급한 형편이다. 미국의 차량공유 업체 투로의 앤드루 목 CM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소유 비용이 점차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개인이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샌프란시스코에서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는 자동차와 전기 스쿠터, 자전거 세 가지 영역이다. 자동차는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Ride Sharing)를 넘어 소유주가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자신의 차를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차량 공유(Car Sharing) 서비스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전기 스쿠터는 교통난이 심각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자전거 역시 전통적인 차 제조업체 포드와 승차공유 대표업체 우버 등이 뛰어들며 떠오르고 있다.

이용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와프(Fishermanls Warf) 지역에서 스킵(Skip) 전기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권경원기자


◇샌프란시스코의 발로 자리 잡은 승차공유=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곳곳에 설치된 픽업존에서 우버·리프트와 같은 승차공유 차량을 기다리는 이용자들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목적지만 설정하면 1~2분 내에 곧바로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사전에 결제를 하기 때문에 교통 정체로 인해 도착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추가 요금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개개인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우버의 경우 △우버익스프레스풀 △우버풀 △우버X △우버XL △우버블랙 △우버블랙SUV 등 이용금액과 이용자 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세분화돼 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피셔맨스 와프 지역에서 아래쪽의 사우스 오브 마켓까지 우버풀(합승)을 통해 5달러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일반 우버(우버X)를 탔을 경우엔 요금이 12달러로 절반 이상 금액을 아낀 셈이다.

자동차 업계의 에어비앤비(Airbnb for Cars)로 불리는 투로(Turo)의 경우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 자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소유주는 자동차를 투로에 등록해 자신이 이용하지 않는 기간에 차를 다른 이에게 빌려줘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이용자들은 필요한 차종과 사용 시기를 설정해 일정 금액만 내고 원하는 차를 쓸 수 있다. 투로에 따르면 이미 35만대 차량이 투로에 등록돼 있으며 차주는 한 달에 평균 9일간 자신의 차를 공유해 월 625달러(약 70만원)의 부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 직장인이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지역에서 스킵(Skip) 전기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권경원기자




◇‘전쟁’ 끝낸 전기 스쿠터, 이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샌프란시스코는 공유 전기 스쿠터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당초 샌프란시스코에는 전기 스쿠터의 대표주자였던 라임(Lime)·버드(Bird)부터 우버가 참여한 점프(Jump)까지 12개의 전기 스쿠터 업체가 난립하면서 가종 문제가 제기됐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전기 스쿠터들이 인도에 방치돼 보행자들을 방해하는가 하면 안전교육 없이 운행돼 사고를 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12개 업체 중 스킵(Skip)·스쿠트(Scoot) 두 곳에만 사업 허가를 내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두 업체는 지난 10월부터 1년간 각각 625대의 전기 스쿠터를 시범 운영할 권리를 얻었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시 당국이 무조건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라 혁신 산업을 유지하되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과거 인도에 버려지듯 방치돼 있던 전기 스쿠터가 최근에는 인도 가장자리에 제대로 주차돼 있는 모습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인도 위에서 보행자 사이를 위험하게 빠져나갔던 모습도 차도의 자전거 라인에서 교통신호를 지키며 운행하는 모습으로 달라졌다. 산제이 다스투어 스킵 CE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킵은 자전거 라인 등 도시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전기 스쿠터 이용자와 비이용자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 스쿠터와 함께 마이크로 모빌리티(친환경 동력의 개인용 이동수단)를 이끄는 것은 자전거다. 우버가 인수한 점프바이크는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전기 자전거를 공급해 개인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점프바이크를 타고 골든게이트브리지 웰컴센터에서 샌프란시스코 중심지 유니언스퀘어까지 이동했을 때 소요된 시간은 56분, 금액은 3.3달러(약 3,700원)였다. 우버나 리프트를 탔다면 20분 내 도착할 수 있었겠지만 액수는 15~18달러로 최대 6배 더 늘어난다.



◇지지부진 韓…공유 모빌리티 감감무소식=샌프란시스코에서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는 카풀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22일 카풀을 아예 금지하거나 운영시간을 출퇴근 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상정된다. 이 날짜에 맞춰 택시 업계는 ‘카풀 불법화’를 위한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택시 업계에서는 카풀 영업으로 인해 생존권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벤처기업협회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승차공유 서비스는 기존 업계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되는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소셜벤처형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규제로 인해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연내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샌프란시스코=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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