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이 최근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질환을 판독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단순히 의사 개인의 ‘감’만으로 의료활동을 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한국에도 의료용 AI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가가 있다. 강상구(사진) 메디사피엔스 대표가 AI와 의료 빅데이터의 융합을 시도 중이다.
강 대표는 22일 서울 관악로 본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바이오 인포매틱스를 인공지능(AI)과 결합·분석해 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부터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된 임상의사결정보조시스템(CDSS)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DSS를 활용하면 AI가 환자들의 심장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병변을 찾아내고 최적의 진단법을 알려준다. 그는 “진료 이후 실시하는 정량적 관상동맥 조영술(QCA)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메디사피엔스는 또 다른 프로젝트도 야심차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소아 희귀질환 분야에서 차세대염기분석(NGS) 솔루션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 솔루션은 염기서열을 분석해 돌연변이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발병 확률 알려준다. 현재 소아 희귀질환의 진단율은 25~30%에 불과한데 NGS솔루션이 완성돼 진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 대표는 “간질 등의 질환은 유전성이 있는데, 그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변이가 수백개 정도 일어나는데, 이 변이의 정도와 발병확률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제어계측과를 졸업한 강 대표는 그동안 데이콤, 도시바, 3M 등에서 정보기술(IT)분야에서 일했다. 이후 유전체 분석업체 디엔에이링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바이오업계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장비기업인 APS홀딩스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강 대표는 신약개발 과정에서도 비즈니스모델을 찾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의 단계중 AI와 같은 정보기술(IT)이 필요한 단계에서 시간과 비용을 감소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미지, 약물유전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성돼 있는 만큼 바이오에서 필요로 하는 IT 프로세스를 담당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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