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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현대오토에버 상장 추진…총수 일가 지분율 낮추고 미래차 시대 선제 대응 나서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제재 선제 대응

미래차 소프트웨어 생산업체로 육성

현대엠엔소트와 합병 준비 예상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가 상장을 추진한다. 다른 SI업체처럼 오토에버도 그룹 내부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상장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고 새로운 투자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을 낮춰 공정거래위원회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에도 선제 대응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미래차 사업 구상에 따른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토에버는 내년 2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오토에버는 지난 2000년 4월 ‘오토에버닷컴’으로 출범해 전자상거래 사업을 추진하다 현대차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 관련 종합 IT업체로 변신 중이다. 물류 관리 등 스마트팩토리 외에도 자동차 관련 핀테크나 스마트 보안업도 한다. 매년 매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4,733억원으로 5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영업익은 729억원이었다. 다만 그룹 내부 매출이 80% 수준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오토에버의 상장을 여러 각도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이 강화되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 편취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 지배구조 개편의 실탄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상장 이후 조달자금 규모가 작다. 오토에버의 영업익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6,000억원 전후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이 오토에버 상장 이후 지분을 전부 매각하면 1,000억원, 주식 담보 대출을 받으면 500억원 수준이 조달 가능금액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하기에는 소액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상장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현재 현대오토에버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19.5%로 제재 대상이 아니다. 공정위가 법을 강화해 상장·비상장 기업 모두 지분율 20%로 강화하는 상황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장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율을 일부 낮춰 대내외적으로 정부 시책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태광·하림·대림·금호아시아나 등에 대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혐의를 확인하고 심사보고서 송부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재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를 통해 그룹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미래차 구상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토에버가 외부에는 현대차그룹의 SI업체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SI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차량보안·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과 관련한 기술 개발에 힘을 주면서 미래차 사업 분야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오토에버와 현대·기아차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현대엠엔소프트와의 합병설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용 플랫폼과 제어기술 등을 개발하는 현대오트론까지 통합된다면 미래차 사업의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통합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런 예상이 가능한 것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부품계열사를 상대로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재편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그동안 수동과 자동으로 분리돼 있던 변속기 및 파워트레인 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바 있다. 아울러 현대위아와 현대모비스 등에 대해서도 미래차 관련 사업 분리 이후 통합과 같은 사업 재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완성차 계열 부품사들의 사업 재편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델파이는 자율주행 시스템 사업부인 앱티브와 전동화사업인 델파이 테크놀로지로 분할했으며 스웨덴 오토리브도 전체사업을 전장과 수동 안전시스템 사업으로 분할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합병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과 동시에 현대차그룹 내 변속기 기술을 한데 모아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과제와 맞물려 앞으로도 빈번한 사업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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