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사야해!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핫딜 덕분에 정신을 못 차리시겠다고요? 덕분에 통장도 ‘텅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이 반값에 나오는데 어떻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미국의 쇼핑 대목인 블프는 어떻게 전세계로 퍼졌을까요?
여기는 미국. 미국은 땅이 넓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이곳저곳에서 직매입한 상품을 거대한 창고에 쌓아두고 영업을 해요. 그러다 보니 연말까지는 재고를 소진해서 창고를 비워야 하죠. 그래야 다음해 신제품으로 창고를 채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넷째주 금요일에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80~90% 할인된 가격에 ‘떨이’ 판매를 합니다. 이런 파격 세일은 주말인 일요일까지 이어지죠. 그러다 보니 핫딜을 잡기 위해 쇼핑센터마다 밤새서 줄을 서고 전쟁을 치르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아쉽게 오프라인 핫딜을 잡지 못한 소비자들의 통장. 이걸 터는 건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전미유통연맹은 2005년 블프 때 아쉽게 못산 상품을 온라인으로 사라는 뜻으로 ‘사이버 먼데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었어요. 날짜는 블프 다음 월요일이죠.
그런데 요즘은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이 대세가 되면서 밤샘 줄서기를 하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제는 블프마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추세죠.
아마존의 경쟁자인 중국의 알리바바도 11월에 맞춰 2009년부터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중국에서 11월 11일은 솔로들이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날이었습니다. 이걸 ‘광군제’라고 부르는 데 여기에 맞춰 파격 할인을 벌이는 거예요.
14억이라는 거대한 쇼핑 인구를 주목시키는 이벤트를 열자 제조업체들은 알아서 물건 가격을 깎았습니다. ‘재고털이’를 위한 미국과는 다른 접근법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죠. 덕분에 11월은 G2가 쇼핑으로 맞붙는 달이 됐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광군제. 11월에 몰린 쇼핑 이벤트는 두 나라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모바일을 타고 ‘핫딜’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전세계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죠. 전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구 열풍이 불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긴 배송기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만 있으면 누구나 핫딜을 거머쥐는 주인공이 될 수 있죠.
국내 유통업체들이나 제조업체들은 이런 트렌드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다간 가격에 예민한 소비자들을 해외에 빼앗길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십일절, 블랙페스타 등 ‘블프 따라잡기’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구조상 블프와 광군제 할인 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관심을 끌 수 있는 핫딜을 조금 앞서 풀면서 소비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전에 붙잡는 것이에요. 요즘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강자들도 서서히 프로모션의 강도를 높이고 있죠.
소규모 쇼핑몰들은 아예 국경을 넘어오는 해외 소비자들을 노리고 세일을 합니다. 쇼핑 국경이 사라지는 현상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죠.
박준희 카페24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최근 해외에서도 한류 열풍으로 패션·뷰티 등 K-스타일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카페24가 글로벌 소비자를 타깃으로 관리하고 있는 중문, 일문, 영문 쇼핑몰들이 총 7만여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쇼핑 이벤트가 집중되어있는 11월과 연말 분위기에 따라 국내 온라인쇼핑몰들도 눈길을 끄는 프로모션 등을 준비해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덕분에 한국에서도 11월 쇼핑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7조 5,516억원으로 2016년 11월 6조2,073억원보다 21.7%나 늘었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이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11월을 점령한 핫딜들은 미래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줍니다. 온·오프라인이나 국가 간 경계는 더욱 옅어지고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재편되는 거예요.
이름은 달라도 전세계에서 저마다 11월에 할인이벤트들을 만들어 내는 걸 보면 말입니다. 소비자들을 잡으려는 유통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지겠군요.
/기획=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연출=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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