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는 모유의 유일한 대체재다. 소비자들이 분유의 위생과 안전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이런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한 소비자의 신고가 들어오면서 남양유업이 분유 생산설비를 전면 개방했다.
지난 20일 분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세종에 위치한 남양유업의 최대 분유 공장을 찾았다. 이곳에선 ‘아이엠마더’, ‘임페리얼XO’, ‘유기농 산양유아식’ 등 남양의 모든 분유 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하루에만 약 10만 캔(800g 기준)이 생산된다.
공장에 입장하기 전 위생가운·위생모·위생화를 착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청결한 상태를 유지했다. 금속검출기와 에어샤워를 통과하자 유리 벽 너머로 분유가 담길 캔이 보였다. 서경민 세종공장 품질보증팀장은 “건물 내부에 공관 창고를 설치해 협력사에서 수급 받는 분유 캔을 보관한다”면서 “팔레트 단위로 비닐로 감싸 외부 보관 시 발생할 수 있는 이물 혼입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유의 본격적인 제조공정은 원유와 기능성 분말원료가 배합되면서 시작된다. 기능성 분말원료는 사일로에 보관되어 있다가 무균 공기를 통해 자동으로 이송된다. 외부 노출이 없는 상태로 원유와 만나는 것이다. 기능성 분말원료와 원유가 섞인 조제액은 살균 과정을 거친다. 남양유업이 직접 설계한 살균기는 130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해 열에 취약한 단백질과 영양성분의 파괴를 최소화한다.
살균된 조제액은 건조 직전 단계에서 45% 수준의 고체 분말 형태로 농축된다. 농축 과정 중에는 강력한 자석봉과 0.08mm의 촘촘한 필터가 이물질을 제거한다. 서 팀장은 “조제·살균·농축 과정은 모두 자동으로 진행돼 인체의 접촉이 없다”면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이물질을 필터와 자석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어한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로 이동하자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크기의 건조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12층 규모의 건조기는 국내에서 가동되는 건조기 중 가장 최신 모델이다. 시간당 건조할 수 있는 양이 약 3.8톤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건조기 내부 상황은 열화상 카메라로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특징적인 것은 건조기 내로 분사되는 조제액이 180도의 고온 열풍에 3차례에 거쳐 건조된다는 것이다. 기존 건조기는 단 한 번으로 건조 단계를 끝내지만 여러 차례 열에 노출시켜 압자의 온도 조절을 가능하게 하고 변성을 방지한다. 건조 시 사용되는 공기도 이물질을 원천 차단한다. 헤파 필터를 통해 제균된 공기만 건조기 내로 들어갈 수 있다.
건조 단계를 거친 분말은 1차 체분 과정을 거쳐야 한다. 1.7mm의 체를 통과한 입자는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지만 이보다 큰 입자는 곧바로 폐기된다. 서 팀장은 “완전히 건조된 조제분유 분말은 밀폐된 제품용 사일로로 이동된다”면서 “이후 2차로 체분 단계를 거치고 마지막으로는 머리카락도 통과하기 어려운 1.18mm의 필터를 지난다”고 설명했다.
충진실에는 조제·살균·농축 등 전처리 과정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장 내부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 서 팀장은 “컴퓨터 시스템을 다뤄야 하는 필수 인력만 투입하는데 마찬가지로 방진복을 입고 출입한다”면서 “충진실은 다른 곳보다 압력을 상대적으로 고압으로 유지해서 외부 공기가 들어올 수 없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분말이 담기는 캔은 탈자기와 이오나이저(정전기로 이물을 제거하는 설비) 장치를 통해 이물질이 제거된다. 분말이 캔에 투입되는 과정은 카메라로 촬영되며 밀봉된 전 제품은 X-ray(엑스레이)로 최종 검사를 거친다. 박종수 남양유업 연구소장은 “유통기한이 3년인 분유의 경우 품질과 소비자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남양유업의 분유 제조공정은 밀폐된 라인을 통해 자동 공정으로 이뤄져 외부로부터 이물질이 혼입될 수 없으며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등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의뢰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세종=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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