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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종이형 상품권 유통 잘 안돼 소비자도 외면

■디지털화 서두르는 속내는

지류화폐 휴대 불편하고 가맹점도 부족

개인 구매 17%…나머진 지자체가 떠안아

모바일 결제땐 사용 늘고 불법 '깡' 차단

구매 정보 빅데이터로 쌓여 상권분석도

서울 노원구의 한 구민이 지역화폐 ‘노원’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노원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하는 종이형 지역화폐(지류화폐)가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정보통신업체들과 손잡고 모바일 등으로 결제가 가능한 지역화폐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 등의 형식으로 출시된 지류화폐들이 발행만 되고 제대로 쓰이지 않는 등의 폐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모바일 지역화폐가 종이형의 단점을 보완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고향사랑 상품권’을 비롯한 종이형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65곳에 달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지역화폐를 종이형과 디지털형 혼합 또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발행을 준비하고 있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곳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는 노원구가 블록체인 방식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시흥시와 성남시가 지류형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김포를 비롯한 경기도의 다른 시군은 디지털 방식의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 중이다. 광역단위에서는 디지털 방식의 서울시 ‘서울페이’, 경남도 ‘경남페이’ 등이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강원도는 ‘강원상품권’이라는 종이형 지역화폐를 2016년부터 발행했다.

종이형 지역화폐는 거스름돈을 법정화폐(현금)로 지급해 차액이 다른 지역으로 나갈 수 있지만 모바일 등을 이용한 디지털 지역화폐는 발행액이 모두 지역 내에서 사용되게 할 수 있다. 또 지역화폐 사용 정보가 모이면 빅데이터를 통해 상권분석도 수월해진다.

강원도의 경우 3년 전부터 발행했던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의 발행을 내년부터 중단하고 하반기부터 편의성을 높인 디지털 형식의 지역화폐를 도입할 예정이다. 강원상품권은 그동안 830억원이 발행됐지만 유통된 것은 569억원에 그쳤다. 강원상품권의 구매층을 보면 개인과 법인은 17%인 96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강원도가 사들여 사실상 유통시장에서 외면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강원상품권은 준비 없이 성급하게 도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디지털 방식의 지역화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행에만 그치지 않고 제대로 유통돼야 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화폐를 담당하는 지자체 관계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발행만 되고 쓰이지 않는다면 이는 예산낭비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지역화폐 도입을 준비하는 지자체들은 지역화폐가 활발히 유통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디지털 지역화폐를 해킹 등을 걱정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포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화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사용하기 편리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맹점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보안성이 높은 카드와 모바일을 통해 결제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인데 이미 지역화폐를 쓰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의 사례를 모으고 이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와 마찬가지로 내년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 중인 경남 남해군도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 확대와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남해군의 한 관계자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가맹점 확보와 안전성”이라며 “가맹점 확보 방안으로는 지역화폐로 상품 등을 결재할 때 할인을 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구성원들 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 노원구가 올해 초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노원(NW)’은 시너지 효과에 중점을 뒀다. 개인이나 단체가 노원구 내에서 자원봉사·기부·자원순환 같은 활동을 하면 ‘노원’을 적립 받아 카페·미용실·서점 등의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1노원은 1원의 가치를 지니며 자원봉사를 1시간 할 경우 700노원을 적립 받는다.

‘노원구 지역화폐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한 봉양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봉사활동 등을 통해 ‘노원’을 적립 받을 수 있어 이는 주민들의 봉사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로도 작용한다”며 “다른 자치구에도 ‘노원’과 같은 방식의 지역화폐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등 디지털 방식의 지역화폐가 경쟁적으로 도입되다 보니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덕수 전 한국거래소 상임감사는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해킹당하지 않고 완벽한 보안상태가 보장된 상황에서 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지역화폐는 자칫 지자체의 홍보수단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욱·변재현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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