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9월까지 가구주가 자영업자나 무직자인 비근로자 가구 가운데 하위 60%의 소득이 사상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고 영세 자영업자의 벌이도 팍팍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각종 보조금 등으로 취약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근로자 외 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60%에 해당하는 1~3분위의 월평균 소득이 2003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소득 하위 20%)의 전체소득은 1년 전보다 13.9%나 줄었고 차상위계층인 2분위(소득 하위 20~40%)는 7.5%, 3분위(소득 하위 40~60%)는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별 증감률을 산술평균한 값으로 전반적인 추이를 볼 수 있다.
주된 원인은 근로자 외 가구의 주요 수입원인 사업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3·4분기까지 1분위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39.5%나 줄었다. 2분위도 사업소득 평균 감소폭이 25.2%에 달했고 3분위도 12.3% 줄었다. 내수 둔화로 매출이 부진한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의 벌이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참사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직격탄이 됐다. 올해 들어 1분위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0.5% 감소해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던 2016년(-33.7%)과 2005년(-13.5%) 이후 역대 3번째로 높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구주가 무직자여서 근로자 외 가구로 분류된 상태에서도 임시·일용직으로 짧게 일을 할 경우 그 수입은 근로소득으로 포착된다.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올해 들어 임시·일용직 등 취약한 일자리가 급감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무직자인 비중은 올해 3·4분기 19.0%로 1년 전(15.4%)보다 23.3% 급증했다. 1분위만 보면 무직자 가구 비중은 1·4분기 54.4%, 2·4분기 57%로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7.9%포인트, 12.6%포인트 늘어났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1분위를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에 집중된 것이다.
반대로 소득이 많은 4분위(소득 상위 20~40%)와 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근로자 외 가구도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전체소득이 각각 2%, 7.8% 증가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큰 빈부 격차로 이어졌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긍정적이지만 비정규직·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이 아예 없어져 버려서 마이너스 효과”라며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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