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고차 시장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솔린·친환경차다. 신차 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가 중고차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박홍규 SK엔카닷컴 사업총괄본부장은 “중고차 시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해 다양한 매물이 등록되고 있어 예전보다 소비자 선택 폭이 더욱 넓어졌다”며 “최근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로 디젤차가 줄고 친환경차가 늘어나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엔카 직영 온라인 플랫폼 SK엔카닷컴은 최근 올해 SK엔카닷컴 홈페이지에 등록된 중고차 등록 매물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9월까지 SK엔카닷컴에 등록된 매물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으며 각각 차종별, 모델별, 유종별, 제조사별 등록대수 비중을 계산했다.
SUV를 향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수한 주행 성능에 더해 매력적인 디자인과 승차감까지 잡아내며 세단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잔존가치까지 높은 점을 평가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면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차종별로 보면 SUV의 위상이 확실히 드러난다. 국산차에서 전체 등록매물 중 SUV의 비율은 지난해보다 약 1.5% 늘어난 18.5%를 나타내며 강세를 이어갔다. 이어 대형차(15.5%), 중형차(12.2%) 순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수입차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형차(7.4%), SUV(5.1%), 준중형차(4.6%)가 1~3위를 차지했다. SUV의 비중은 1%가량 증가하며 거래가 더 활발해졌다.
특히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들의 잔존가치 또한 높다. 잔존가치는 신차 값으로 중고차 시세를 나눠 100을 곱해 산출하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국산차의 경우 SUV 모델의 1년 뒤 평균 잔존가치는 81.3%를 기록했다. 이 중 쏘렌토는 9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차 코나(87%), 기아차 모하비(86.1%), 현대차 투싼(85.4%), 기아차 스포티지(85.2%) 등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차량을 되팔 때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만큼 부담이 덜하다 .
가솔린 차량 선호도도 두드러진다. 디젤게이트에 이어 BMW 화차(火車) 논란까지 악재가 반복되면서 디젤차를 향한 환상이 깨진 탓이다. 유종별 집계 결과를 보면 가솔린 차량의 비중이 지난해 대비 약 4% 증가해 전체 대비 절반(50%)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디젤 차량은 지난해 43%에서 39%로 감소하며 소비자 선호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가솔린·디젤과 전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도 약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점유율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해 올해 약 2%를 기록했다. 일반인이 구매 가능한 LPG 차량은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으나 올 9월까지 등록 대수가 지난해의 총합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0.1% 미만이었던 전기차도 올해 처음으로 이를 넘겼다. 친환경차를 향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밖에 모델별 순위를 살펴보면 현대 그랜저 HG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이 등록돼 국민 세단의 위상을 이어갔다. 이어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2위, 기아 올 뉴 카니발이 3위에 올랐다. 올 뉴 카니발은 지난해 10위권 밖에서 급상승했는데 높아지는 레저용차량(RV)의 인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는 BMW 5시리즈, 벤츠 E글래스 W212, 아우디 뉴 A6가 1~3위를 기록해 지난해와 같은 순위였다. 대형 SUV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올해 첫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조사별 점유율은 현대차가 30.3%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기아차(25.2%), 쉐보레(8.4%), 르노삼성(6.1%), BMW(5.5%), 쌍용차(5.3%), 벤츠(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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