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재테크 전략으로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느라 불면의 밤을 보내거나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재테크의 기본은 내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도 “검약은 훌륭한 소득”이라고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에 앞서 내 돈을 지키는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때다.
실제로 일상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돈이 새어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녀들의 현장학습비 등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빠져나가게 만든 스쿨뱅킹이 대표적이다. 보통 학교가 지정한 금융기관에 계좌를 만드는데 미리 몇 만 원 단위로 입금해 놓는 경우가 많아 자녀가 졸업하면 잔액 회수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비슷한 사례로 학교 다닐 때 장학적금에 가입했다가 자녀가 전학을 가면서 돈을 찾지 않는 경우도 흔히 목격된다. 이처럼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우리도 몰랐던 돈이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숨겨진 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흔히 예금은 5년, 보험은 3년간 거래가 없으면 휴면 계좌로 분류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휴면 계좌가 총 2,400만 개, 액수로는 1조4,000억 원이 넘는다. 이 중 휴면 예금 잔액이 8,240억 원, 휴면 보험금 잔액은 5,760억원에 달한다. 10년 넘게 휴면 계좌로 분류가 된 경우도 3,5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이래저래 지출이 많아지는 연말, 잠자고 있던 짜투리 돈을 찾아낸다면 쏠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휴면 계좌를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은행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휴면계좌통합조회 시스템은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정보 포털 사이트 ‘파인’에서도 휴면예금, 보험금 통합조회가 가능하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내 보험 찾아줌’ 사이트에 접속하면 숨어 있는 보험금 확인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을 거치면 지금까지 가입한 모든 보험 내역과 미청구 보험금, 휴면보험금 등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다.
13월의 보너스를 받기 위해서는 연말정산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연말을 한달여 앞뒀지만 절세 상품에 가입하거나 결제 방법만 바꿔도 세 혜택이 조금이나마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도서구입·공연 관람 비용이 공제되는 등 작년과 달라진 점이 적지 않아 연말정산 공제 요건과 항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금융기관과 정부는 물론 핀테크 업체들도 숨겨진 돈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만큼 이용해보기를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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