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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인' 밀어붙이는 금융당국

은행 "신용등급 하락 우려" 불구

의견서 제출 받는 등 작업 착수

"단계 도입" 해명에도 불안 증폭





금융 당국이 국내 대형은행의 부실화에 대비해 회생·정리계획(RRP)이나 채권자 손실부담(Bail-in·베일인) 제도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 당국이 RRP나 베일인 제도 도입을 위한 계획은 밝힌 적이 있지만 의견서를 제출받는 등 구체적인 실무일정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KB·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금융지주 및 KB국민·신한·KEB하나·NH농협·우리 등 5대 은행을 대상으로 RRP와 베일인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이 가운데 베일인 제도는 부실 금융사에 공적자금이 무분별하게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사의 손실을 주주나 채권자(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가 먼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 금융회사를 살리는 데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이 같은 전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두 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금감원이 베일인 도입에 대한 의견서를 받은 것은 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일정에 착수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들은 베일인 제도가 추진될 경우 위기 발생 시 정부 지원 가능성의 저하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며 도입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제도 도입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당장 조달금리가 올라가는 등 비상이 걸릴 수 있어서다. 실제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주요 금융사를 보면 채권 손실을 먼저 흡수하게 되는 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이 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웰스파고은행의 모기업인 웰스파고앤드컴퍼니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은 A-/안정적(Stable)으로 웰스파고은행(A+/안정적)보다 두 노치가 낮았다. 씨티그룹도 씨티은행(A+)보다 3노치 낮은 BBB+를 기록했다. 반면 KB·신한·하나·NH농협 등 국내 4대 지주의 경우 신용등급이 AAA/안정적으로 각 계열은행과 같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그룹 회장이 직접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서며 해외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힘쓰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조달금리가 오를 수 있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RRP 제도만 연내 시범 도입하는 차원이며 베일인 제도는 국제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FSB 회원국 24개국 가운데 베일인을 도입한 곳은 10여개국 안팎에 불과해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베일인 제도는 채권자에게 손실 부담을 강제하는 차원이라 법제화가 필수”라며 “베일인의 적용 범위 등 세부사항도 아직 검토 단계이기 때문에 해외 금융 당국의 보폭과 발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베일인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일본처럼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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