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이 일본 현지 대형금융사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함께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라인은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합작 금융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가칭 ‘라인 뱅크(LINE Bank)’로 설립될 합작사는 자본금 20억엔(약 200억원)으로 설립되며 지분은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이 51%를 소유한다. 나머지 49%는 미즈호은행이 갖게 될 예정이다. 다만 설립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라인 관계자는 “새 은행의 개요와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 일정 등은 결정되는 대로 다시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라인 뱅크는 점포 없이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의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나 ‘케이벵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형태다.
네이버와 라인은 국내를 넘어 일본과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금융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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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네이버는 지난 9월 라인에 7,517억원을 출자했고, 바로 뒤이어 라인은 금융 전문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에 2,476억원을 투입했다. 암호화폐·증권·보험에 이어 은행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네이버도 당시 출자 배경과 관련해 “라인의 글로벌 금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라인이 일본 현지에서 은행 사업에 서둘러 뛰어드는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현금 없는(Cashless·캐시리스) 결제’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현금 외 결제 비율은 2015년 기준 18.4%로 한국(89.1%)이나 중국(60.0%)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모바일 금융 플랫폼의 확대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라인은 일본에서만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실 사용자가 7,8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은행업 진출을 통해 다양한 금융 사업을 전개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인은 최근 대만에서도 현지 금융사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합작사를 통해 은행업에 진출할 예정인데 라인 측은 지분 40.9%를 갖고 나머지를 대만 후방은행과 중신은행, 현지 통신사 등이 보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 시장에서는 ‘은산분리 규제(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에도 은행업 진출에 신중한 분위기다.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시장에 안착한데다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시장과는 달리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영향력이 낮기 때문이다.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지난달 25일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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