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북미 5개 공장과 해외 2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GM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일단 한국GM 측은 이번 구조조정 발표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GM 측이 폐쇄 예정인 ‘해외 2개 공장’의 소재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 한국GM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안은 상태다.
GM은 26일(현지시간)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 가동을 멈추고 북미에서 1만여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동중단 또는 생산 임무 전환 공장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오하이오 로즈 타운, 캐나다 온타리오 오샤와 조립공장과 미시간 워런,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변속기 공장 등 5곳이 포함됐다.
GM은 또 북미 외의 다른 2개의 해외지역 공장에 대해 내년 말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2개 해외공장이 어디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GM이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말까지 약 60억달러(약 6조7,74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파산 위기를 겪은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GM은 수익성과 생산성이 낮은 비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대신 미래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GM은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바라 CEO가 내연기관을 가진 기존 전통차량 부문에 종사하는 인력들에 대한 인력 감축을 진행하는 한편, 소프트웨어나 전기, 자율주행차 관련 전문가들은 여전히 채용하고 있는 이유도 같다.
2014년 바라 CEO 취임 전후로 GM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린다’는 원칙에 따라 공격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유럽 사업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러시아 생산 중단 또는 축소, 계열사 오펠(OPEL) 매각, 인도 내수시장 철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이 그 예시다.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도 이 같은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회복 조치의 한 면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GM의 이런 구조조정이 한국GM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 앞서 GM은 올해 4월 지난 4년간 총 3조원의 누적 적자를 낸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군산공장을 폐쇄했으며 이 과정에서 1,2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낸 바 있다.
문제는 한국GM의 경영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데다 적자 구조가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한국GM은 지난 5월부터 판매 정상화에 나섰지만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총 34만1,349대로 1년 전보다 15.1% 줄었고, 특히 내수 판매는 무려 35.3%나 감소한 6만6,322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은 한국GM 부평2공장의 경우 30%, 창원공장은 50% 수준을 밑돌고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지급한 대규모 희망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을 특별회계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8,400억원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더욱 커져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이런 적자 구조가 이어진다면 GM이 언제라도 다시 한국GM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구개발(R&D) 신설법인 설립을 두고 노조와 지속해서 갈등을 빚는 것도 경영정상화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됐다. GM의 이번 구조조정 계획 발표를 놓고 한국GM 노조는 R&D 법인만 남기고 생산공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결국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의혹을 더욱 거세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사측은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당사는 올 상반기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해 실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미 생산계획을 최적화했으며 생산계획과 관련된 추가적인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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