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대신 인공지능(AI)이 디자인한 옷이 국내 처음으로 출시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020000)의 자회사 현대G&F는 영캐주얼 브랜드 ‘SJYP’가 스타트업 ‘디자이노블(Designovel)’과 협업해 AI가 디자인한 옷을 최초로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디자이노블은 패션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국내에서 AI를 활용해 디자인한 옷이 실제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JYP가 디자이노블과 협업해 선보이는 ‘디노 후드티’는 옷 뒷면에 SJYP가 개발한 캐릭터 ‘디노’와 블록(레고) 콘셉트를 결합한 그래픽 아트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됐다. 디자이노블의 AI 기술인 ‘스타일 AI’는 SJYP의 브랜드 로고와 캐릭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기존 SJYP 이미지와 어울릴 만한 스타일을 학습했다. 학습을 마친 AI는 디자인을 기획하고 디자이너는 이 결과물을 확인하며 AI에 수정을 요청했다. AI가 이를 반영해 디자인을 고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된 결과물이 디노 후드티다.
스타일 A’의 핵심은 이미지 처리 기술인 ‘컨볼루션 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을 응용한 스타일 변환 기술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스타일과 콘텐츠로 분류하고 해당 이미지를 특정 크기(픽셀·Pixel)로 나눠 색상·모양·패턴 등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학습한 AI가 새로운 스타일과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작업을 기획한 스티브제이&요니피 디자이너는 “브랜드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등 33만여 장의 이미지를 AI가 사전에 학습하고 이중 SJYP의 평소 브랜드 정체성과 가장 유사한 블록 콘셉트를 채택했다”며 “이후 해당 콘셉트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AI가 반영해 다시 디자인을 제시하는 작업을 수차례 거쳐 최종 결과물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G&F 측은 향후 AI 학습능력을 제고시켜 보다 완성도 높은 옷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섬도 디자인 기획 및 트렌드 분석 등의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한섬 관계자는 “디자이너가 손수 작업해 샘플이 나와야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업무 과정을 AI를 통해 대폭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디자인뿐 아니라 개인 선호에 따른 디자인 기획 및 스타일링 제안 등 패션업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