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선, 즉 시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정부 신뢰를 회복하려면 ‘웰빙’의 측정으로 정부가 의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가 28일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인천 송도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제6차 OECD 세계포럼 둘째날 기조연설에서 ‘정부와 사회 간 신뢰 회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단순히 정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정부가 시민의 행복과 웰빙 달성이라는 의무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측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얘기다.
색스 교수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새천년개발계획(Millenium Development Goal·MDG)’ 프로젝트를 추진한 인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MDG 특별고문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가 바탕을 닦은 MDG는 전 세계의 화두인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모태가 됐다.
색스 교수는 오늘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전 세계적으로 심해지고 있지만 이것이 정부무용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정부도 악하고 이기적인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없다는 상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없다면 사회의 소외계층을 보호하지 못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시민의 통제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을 면밀히 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색스 교수는 “정부는 시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의무와 사명을 갖고 있다”며 “정부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부가 이런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계속 측정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웰빙 측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행복을 위한 책임을 다하는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색스 교수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모델도 달라야 한다”면서도 두 가지 보편 원칙으로 법치주의와 주기적인 정권 교체를 제시했다.
기후변화나 핵전쟁의 위협, 에너지 전환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지도자가 협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순수한 국가 자주권이란 없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색스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사람은 환상 속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 보고서를 보고도 ‘나는 안 믿는다’고 말하는 지도자들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린다. 정신병자들을 리더에 올리면 안 되는 이유”라며 “그래서 내 나라인 미국의 상황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당선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미 정부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대해 “안 믿는다”고 일축해 전 세계의 빈축을 샀다.
OECD는 이번 세계포럼에서 불평등과 계층사다리, 경제적 불안정 등 개인의 삶의 질과 웰빙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각국에 권고했다. 이 밖에 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신뢰 등에 대한 지표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도=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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