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판단에 맞서 행정소송을 신청하고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까지 앞세워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만큼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삼성바이오는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에 대해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가 상장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최종 판단을 내놓은 지 약 2주 만이다.
삼성바이오는 서울행정법원에 △재무제표 수정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개 항목에 대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다만 앞서 증선위가 판단한 검찰 고발과 상장폐지 실질심사, 매매거래 정지 등은 행정소송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제외됐다. 법률이 정한 최대한도 내에서 강구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증선위는 14일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과 합작사로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분식회계 금액을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추가로 의결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회계처리의 정당성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증선위 판단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주 행정소송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증선위의 통지서가 21일 도착하면서 다소 일정이 늦어졌다. 삼성바이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행정소송 절차에 충실히 임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입증할 계획”이라며 “주력사업에도 더욱 매진해 투자자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가 법적 대응을 공식화하면서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20일 홈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려 “증선위의 판단은 삼성바이오의 본질적인 기업가치 변화에 어떠한 영향도 없기에 분식회계와 전혀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소송의 특성상 당장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데다 주식거래 정지라는 외부 변수까지 겹친 만큼 법원이 판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집행정치 가처분신청만 받아들여도 일단 삼성바이오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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