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 회장의 전격 퇴임 소식이 발표되면서 증권가에서는 퇴임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 날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참여 행사인 ‘성공퍼즐세션’에서 이 회장이 밝힌 ‘퇴임의 변’과 코오롱그룹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결국 이 회장은 ‘지금이 자신의 부재가 위험요소가 되지 않는 가장 적절한 시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는 이 회장이 전력을 기울였던 핵심 사업 대부분이 자리를 잡았다. 이 회장이 ‘나의 네 번째 아이’로 부르며 애정을 쏟았던 관절염치료제 티슈진의 ‘인보사’는 최근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먼디파마와 6,677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지 10년째를 맞으면서 지배구조가 안정화됐고 세대교체도 완성됐다는 점 역시 이 회장의 퇴장을 가능하게 한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오롱그룹은 유석진 ㈜코오롱 대표, 김영범 코오롱플라스틱 부사장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을 50대 초반의 ‘젊은 피’로 채워넣었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용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 또한 존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올해를 ‘대도약의 시기’로 규정한 바 있다”며 “이 회장 스스로 발판을 만들었다고 평가하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의 퇴진은 다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용퇴를 결정하면서 ‘청년 이웅열’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창업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계 순위 30위권의 대기업 총수로서는 파격적인데다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창업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도 “창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한 점을 미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이 관절염 치료제 티슈진 개발을 진두지휘한 만큼 바이오 분야 창업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고 퇴임하면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거론한 만큼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올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새로운 사옥 ‘원앤온리타워’ 준공에서 보듯이 이 회장이 소통과 혁신을 강조한 만큼 ‘오픈이노베이션’ 관련 기업도 검토될 수 있다.
이 회장의 용퇴로 코오롱그룹 역시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됐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이끌었던 지난 23년간의 코오롱그룹의 경영 체제를 단기간 안에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코오롱그룹은 일단 ‘집단경영체제’인 원앤온리위원회를 구성해 이 회장의 공백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그룹의 설명으로는 의사결정기구보다는 협의기구에 가깝다.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정도가 선례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그룹의 원로가 많지 않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도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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