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내년 반도체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고점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WSTS는 내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총 4,901억달러로 올해(4,779억달러)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WSTS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는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5.2% 늘어난 5,020억달러에 달하며 사상 처음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WSTS는 약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 수준으로 내려 잡았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성장률이 지난해 61.5%에 달했지만 올해 33.2%, 내년 0.3%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WSTS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WSTS는 6월과 8월 보고서에서 당초 예상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면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WSTS는 올해 반도체 매출 및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4,779억달러, 15.9%로 예상된다며 이전 보고서(4,771억달러, 15.7%)를 수정했다. WSTS는 “내년의 경우 전반적으로는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겠지만 메모리 시장은 올해 엄청난 성장에 이어 소폭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WSTS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텍사스인스트루먼츠, 일본 소니·도시바, 독일 인피니온 등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 42개를 회원사로 둔 비영리 단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최근 2년간 그야말로 ‘슈퍼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내년에 소폭 감소하더라도 사실상 호황”이라면서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계속 생기고 있는 만큼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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