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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美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국내 전기차 전환 더디자 해외서 액셀

현지 전기차 시장 빠르게 성장 속

나프타 재협상에 고율관세도 한몫

SK이노베이션 이어 대규모 투자

지난 1월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현지 관람객이 전기차 배터리 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006400)가 미국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장 대규모 증설에 나섰다. 증설이 완료되면 삼성SDI가 미국에 세운 첫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이 된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시장을 공략하려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대내외 생산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미국 법인은 6,270만달러를 투자해 디트로이트와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미시간주 오번힐스의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을 대규모로 확장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인수한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슈타이어의 공장이었던 이곳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삼성SDI 측은 오는 2024년까지 461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전기차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 등은 미국 내 전기차의 판매량이 올해 32만5,000대에서 2020년에는 60만대, 2022년에는 125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역시 구조조정을 선언하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내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최근 재협상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은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의 비중을 75%까지 높여야 무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미국 수준 임금인 시간당 16달러 이상을 받는 노동자가 생산한 부품을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GM의 미국 공장 폐쇄를 막기 위해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시사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차의 전기차 전환이 더디다는 점도 배터리 업체가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국내에 유일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인 울산 공장은 2008년에 들어섰다. 이후 조금씩 증설이 되기는 했지만 대규모 증설이 이뤄진 적은 없다. 그 대신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의 핵심 국가인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만들었고 지난해부터는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해 올해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인 독일의 폭스바겐·아우디·BMW와 협력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26일 약 1조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미국·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지아주는 최근 6년 연속 ‘기업 하기 좋은 주’로 선정되며 제조업의 메카로 급부상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도 이번 투자로 미시간주 사업개발 프로그램에서 1,000만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삼성SDI가 오하이오 공장 신설 등의 대안을 함께 검토하던 중 오번힐스 공장의 증설을 결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미국뿐 아니라 다양한 곳의 배터리셀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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