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변신으로 짓눌렸던 한국은행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매파’로 평가받아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적(Dovish·통화완화적) 발언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과 무관하게 한은이 3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여러 차례 ‘인상’ 신호를 보낸데다 인상의 필요성으로 거론한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안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음달 연준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번에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역전 폭이 1.0%포인트로 벌어진다는 점도 인상 요인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정책 여력 확보와 통화정책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21일 106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9%가 이번달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사인 내년도 한은의 금리정책은 궤도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경기침체와 고용부진 등 국내경기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월의 변신은 한은에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넓혀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자본유출 불안감이 줄어들어 금리 인상 압박도 완화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파월의 발언은 딜레마에 빠진 한은의 숨통을 다소 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3회로 점쳐졌던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1~2회로 줄어든 만큼 한은이 내년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려도 1차례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금융투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이달 한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계속 동결하다가 내후년에는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파월 의장 발언의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30전 내린 1,119원20전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31%포인트 하락한 1,889원에 마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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