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원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005380)그룹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달 들어 10만원선이 무너지면서 9년 전으로 돌아갔던 현대차의 본격적인 반등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자사주 매입은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또 핵심 시장인 중국·미국에서의 잇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를 계기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30일 주식 발행 총수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213만6,681주와 우선주 63만2,707주를 장내매수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 금액은 2,547억원대로 매입 기간은 12월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2014년 이후 이어온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며 “매입한 자사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해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에 이날 현대차는 7% 뛴 10만7,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 1,04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아차(000270)(3.57%), 현대모비스(012330)(4.03%), 현대글로비스(086280)(3.35%) 등 계열사들도 동반 상승했다.
앞서 현대차는 4~7월에도 주식 발행 총수의 1% 규모에 해당하는 보통주 220만2,764주, 우선주 65만2,019주를 4,129억원대에 매입하고 3%에 해당하는 9,400억여원 규모의 자사주 854만주를 소각했다. 2014년에는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2015년부터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17년에는 중장기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이 같은 주주친화 경영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엘리엇은 지난 13일 현대차그룹에 비핵심자산 매각, 자사주 매입 등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주주 친화 경영과 해외 판매 실적 개선 가능성에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가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공개하고 사전 계약에 돌입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첫날 하루 동안 3,468대 계약이 이뤄졌다.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등 동급 해외 대형 SUV의 지난해 평균 5개월치 판매량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연우 한양증권(001750) 연구원은 “3·4분기 실적 부진과 미국에서 추가 리콜 가능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기됐지만 과도한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며 “아직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기술적 반등이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당분간 10만원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일 장중 10만원이 무너진 현대차는 22일 9만2,500원을 최저점으로 반등하는 추세다. 27일에는 지난해 10월26일(7.41%) 이후 일일 상승률 기준 최고치인 6.2% 급등해 10만원대를 회복했다. /박경훈·구경우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