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 간의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신 회장이 최근 일본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일본 롯데 주주 회동 및 휴식 차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 복귀 후 첫 글로벌 경영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롯데는 최근 중국에서 발을 빼는 대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발맞춰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는 높은 경제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상업시설과 주거 등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2대 도시 하노이와 호치민에 ‘랜드마크’ 보유하는 롯데=실제 신 회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눈길을 끄는 행사 중에 하나는 롯데자산개발이 베트남 호치민시 투티엠 지구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에코스마트시티’ 기공식 참석이다. 에코스마트시티는 5만여㎡ 규모 부지에 초고층 업무시설과 쇼핑몰·호텔·서비스드 레지던스·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약 1조 2,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준공할 계획이다. 에코스마트시티가 완성되면 롯데는 베트남 2대 도시인 하노이와 호치민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앞서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2014년 9월 하노이시에 준공한 해외 첫 초고층 복합빌딩 ‘롯데센터 하노이’를 개발했다. 신 회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향후 롯데그룹의 베트남 부동산 개발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향후 대형 복합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에코스마트시티뿐만 아니라 하노이 서호 인근 7만 3,000㎡ 규모 부지에 오는 2022년말 준공을 목표로 쇼핑몰·마트·시네마 등 대규모 복합상업시설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신 회장은 작년 7월에도 베트남을 방문해 롯데센터 하노이, 롯데마트 동다점 등을 둘러봤으며 하노이와 호찌민 인민위원장을 만나 롯데몰 하노이와 에코스마트시티 사업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서도 개발 사업 적극 참여할 듯…쇼핑몰·마트·호텔 등 그룹 내 다양한 콘텐츠와 시너지 기대=롯데는 앞으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상업 및 주거시설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자카르타 복합개발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롯데자산개발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오랜 기간 운영 노하우를 쌓아온 호텔·쇼핑몰·주거 등 다양한 콘텐츠가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롯데는 이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쇼핑몰·마트·호텔 등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 마트 ‘마크로(Makro)’ 19개점을 인수하며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으며, 같은 해 12월 베트남에 ‘남사이공점’을 열었다. 특히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에서 발을 빼면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46개, 13개의 점포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사업은 지난 2013년 6월 인도네시아에 1호점인 ‘롯데쇼핑 에비뉴 자카르타’를 열었다. 베트남에서는 2014년 9월에 ‘롯데센터 하노이점’을 선보였으며, 2015년 1월에는 호치민 다이아몬드 플라자점을 인수해 문을 열었다. 또한 호치민에서 ‘롯데레전드호텔 사이공’을 운영 중이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온 부동산 컨설팅사 NP 어드바이저스의 전경돈 대표는 “롯데는 주택부터 쇼핑몰, 마트, 호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수행한 경험과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동남아 시장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모두 향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 이득(capital gain)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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