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입자동차 시장은 신차가 주름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중형세단인 E클래스와 렉서스의 신형 하이브리드 ‘ES 300h’가 각각 2,668대와 1,633대를 판매하며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E300의 경우 ‘E300 4MATIC’ 모델까지 포함하면 4,000대가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두 모델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E300’은 E클래스의 기본 모델인 ‘E200’이 파워트레인이 강화되고 커넥티드카 기능과 스티어링휠 열선 등 상품성이 보강되면서 통합된 모델이며, 렉서스 ES 300h는 6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되면서 일본에 앞서 한국부터 출시된 모델이다.
하지만 두 모델의 독주 못지않게 지난달은 지난해 이맘때와는 달리 다양한 수입차 모델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이 판매를 재개하면서 ‘파사트 2.0 TSI’가 1,302대를 팔아치웠고 포드의 익스플로러도 500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의 약진도 돋보였다.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에 대한 선호는 물론 완성차 브랜드도 디젤 엔진에 힘을 빼면서 반사이익이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나란히 466대와 444대를 판매하면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닛산의 ‘알티마’와 볼보의 ‘XC60’, 포르셰의 ‘마칸 S’ 등도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벤츠와 BMW·도요타·혼다가 시장을 석권했던 지난해 10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수입차 브랜드들도 올해 말 차별화된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부터 스포츠성이 가미된 프리미엄 세단,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 하이브리드 세단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확 넓어졌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강남 쏘나타’ 같은 말은 많이 팔리는 모델이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지금은 ‘흔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도 갖게 됐다”며 “남들이 타지 않는 차,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받는 신차는 BMW의 준대형 SUV인 ‘X5’다. 5년 만에 완전히 바뀌는 4세대 모델로 BMW코리아는 이달부터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지난 1999년 처음 등장할 때도 큰 덩치를 자랑했지만 이번 풀체인지 모델은 더욱 우람하고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8월 국내에 공개된 SUV의 대명사인 지프 ‘올 뉴 랭글러’도 주목받고 있다. 지프의 오프로드 콘셉트를 만든 모델인 만큼 전통에 충실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과 독보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앞세워 지프 마니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랭글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23만4,990대를 팔았고 한국에서도 1,425대가 팔렸다.
이미 출시됐지만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도 수입차 시장 경쟁을 더욱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푸조의 약진을 이끌고 있는 준중형 SUV ‘3008’은 가장 치열한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아메리칸 럭셔리’ 캐딜락의 중형 SUV ‘XT5’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XT5에 최적화된 6기통 3.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최고 출력 314마력의 힘을 내며 최대 토크 37.5㎏·m으로 도심형 SUV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 올겨울 수입차 시장에는 다양한 신형 세단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선호가 SUV로 옮겨가는 모습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세단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재규어는 대표 모델인 XJ의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XJ50’을 국내에 출시했다. XJ50은 재규어의 플래그십(기함) 모델인 만큼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3.0 V6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71.4kg·m이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2초의 주행 성능을 지녔다.
폭스바겐도 새로운 플래그십 ‘아테온’을 새롭게 출시한다. 클래식한 스포츠카의 디자인과 뛰어난 공간 활용성 등을 통해 벤츠와 BMW가 장악하고 아우디의 도전이 거센 국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엔진이 전면부에 가로로 배치되는 MQB 플랫폼의 특성상 공간 창출이 쉬우며 라디에이터 그릴과 20인치 알로이휠 등으로 무장한 새로운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도요타는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 강자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전 모델 대비 전장과 전폭이 15㎜ 늘어났으며 휠베이스도 50㎜ 길어졌다.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기존 대비 약 20% 효율을 높인 파워컨트롤 유닛과 트랜스미션이 결합해 218마력의 힘을 내며 동시에 ℓ당 16.6㎞의 복합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돼 연간 25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연말까지 선보일 신차들의 성적은 수입차 브랜드가 올해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둘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