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액셀러레이터 펀드 출자를 늘리고 있다. 액셀러레이터펀드는 벤처캐피탈(VC) 혹은 엔젤투자자 등 모험자본이 주로 투자하는 영역이었다. 증권사들이 엑셀러레이터 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증시침체로 수익원 다변화가 필요한데다 유망 스타트업 초기투자로 대박을 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이 PB센터 고객인 거액 자산가들의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립톤이 조성 중인 ‘크립톤글로벌프론티어펀드’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출자를 검토 중이다. 1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액셀러레이터펀드다. 이 펀드는 이미 해외에 진출했거나 향후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은 PB센터에서 자산가의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말부터 액셀러레이터 출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크립톤이 지난해 11월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에 NH투자증권이 출자했고 지난 9월 만든 30억원 규모의 펀드에는 유안타증권과 삼성증권이 PB센터를 통해 모은 자금이 출자됐다.
그동안 액셀러레이터 펀드는 VC와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주로 조성됐다. 액셀러레이터 투자는 상품과 서비스가 명확하지 않은 단계에서 창업자들의 아이디어 등 정성적 측면을 보고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높은 편이다. 재무제표와 수익성 분석 등 정량적 측면에 근거해 출자하는 제도권 금융사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증시 침체로 상장주식의 수익성이 부진해지면서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갖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PB센터에서 유치한 고객 자산은 주로 상장주식에 투자됐다. 증시가 박스권에 묶이면서 대체투자처 발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들의 투자 역량이 강화된 것도 증권사들의 액셀러레이터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크립톤의 경우 투자 이후 기업공개(IPO)를 성공한 건수가 10건에 이른다. 비상장사였던 한 외국어학원에 투자해 무려 1,900%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펀드의 투자대상 기업 역시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초기기업부터 프리IPO 단계의 사업체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세제 혜택도 매력적이다. 증권사 PB센터를 통해 액셀러레이터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관련 법규에 따라 ‘조합 출자금 소득공제’를 출자금액의 10% 수준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 및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증권사 등 대형 금융사들이 투자 다변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에 조성되는 액셀러레이터 펀드의 경우 투자금액의 30% 이상을 프리IPO 기업에 투자하는 등 안정성을 확보해 증권사들의 관심이 더욱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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