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는 2040년께 실용화를 목표로 소형원전 개발에 나선다. 도쿄신문은 1일 일본 원전이 수명을 다하는 2040년 이후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소형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소형원전을 키우는 데는 다양한 계산이 숨어있다. 우선 소형원전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와 온실가스 감축 등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소형원전은 기존 원전(1기가와트)의 3분의 1 수준의 출력을 내지만 재생에너지처럼 기상 여건의 영향을 받아 이용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없고, 파리협약에서 제시된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 원자로를 땅속에 묻거나 바다 또는 냉각 수조 안에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사고에 대비한 다양한 안전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국민들의 반(反)원전 정서를 극복할 수도 있다. 대형 원전과 비교해 건설과 안전 유지를 유한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점 역시 강점이다. 무엇보다 원전의 규모와 투자 비용을 줄인 만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도 진입할 수 있어 시장의 확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그동안 원전 건설을 주로 담당해온 대기업들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자력 분야의 벤처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2일 요미우리 신문은 보도했다.
사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분야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한국은 중소형 원전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소형 원전은 세계 각국이 1980년대부터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실용화된 사례는 없다. 다만 실용화의 첫 사례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을 추진 중인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가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지난 박근혜 정부 때는 스마트 원전 개발로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을 한국이 선점했다”며 “2050년까지 중소형 원전 500~1,000기 이상 건설을 통해 생기는 350조원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가속화로 실용화의 발판이 될 사우디 수출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소형 원전의 경우 한국의 기술이 일본을 앞서고 상용화 가능성도 상당히 높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천명된 이후 사우디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이외에도 탈(脫)원전을 추진했던 주요국들이 최근 잇따라 정책을 폐기하거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의존율을 현재 75%에서 50%로 낮추겠다는 목표 시기를 당초 2025년에서 2035년으로 미루겠다고 최근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현재 75% 수준인 원전 의존율을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는 대통령 선거 공약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며 “목표 시기를 2035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장 속도와 인접국과의 전력망 용량 증설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된 게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만 역시 지난 25일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법안을 폐기하기로 했다. 물론 추가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일단은 탈원전 폐기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국가들이 정책을 선회하고 나서는 이유는 우리보다 앞서 탈원전의 부작용을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한규 교수는 “일본은 원전을 대체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니 무역적자가 심각해지고, 프랑스와 대만도 원전을 대체할 용량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기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탈원전을 제대로 추진하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는데, 독일마저도 원전의 빈자리를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소형원전을 비롯해 원전 산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면서 수출까지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만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대만과 우리는 차이가 있다. 대만은 10년 내 원전 제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생긴 일이고 보다 (우리는)착실하게 추진하고 있어 특별히 건의할 용의가 없다”고 답했다./세종=강광우기자 김민정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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