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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수소차 “미래 차 시장, 여기는 내 땅이야!”

휘발유·디젤차가 사라진 미래차 시장 놓고 각축전

낮은 진입장벽·가격·에너지 효율 앞세워 전기차 우세

주요국 정부·완성차 업체 지원 업고 수소차 추격 중

"주행 거리 등에 따라 전기-수소차 공존 가능성도"





“수소차는 정말 바보 같은 존재다” -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수소차는 가장 진화한 전동화 차량이다” -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전기차 진영을 대표하는 테슬라의 머스크는 수소차의 연료전지를 두고 “바보 연료전지(Fool Cells)”라고 비아냥거렸는데요. 수소를 분해하고 운반해 탱크에 넣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절반 이상이나 버려진다며 수소차를 깎아내린 거죠. 반면 수소차 진영은 “수소차는 가장 친환경적인 미래형 자동차”라고 반박합니다.

각종 환경 규제로 인해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내연 자동차. 휘발유차와 디젤차가 사라진 자리를 노리는 전기차와 수소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차가 미래차 시장의 주인이 될까요?

전기차와 수소차는 전기를 원동력으로 전기모터를 돌려서 운행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기존 내연기관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차(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에 비해 훨씬 더 환경친화적이지요.

차이점은 원료와 전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전기차는 리튬이온전지(2차전지)를, 수소차는 연료전지(Fuel Cell)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그래서 수소차라고 하면 모두 수소연료전지차를 뜻하지요. 즉 전기차는 외부 전기를 리튬이온 배터리에 충전해 달립니다. 반면 수소차는 고압 수소탱크에 충전된 수소에다 산소를 넣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자체적으로 발생한 전기로 운행합니다.



기술로만 치면 수소차가 훨씬 더 뛰어난데요.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훨씬 더 많이 팔립니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가격이 더 비싸고 충전소 설치 비용도 20~30배에 이릅니다.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은 6,364대에 불과하죠. 비싸게 샀는데 충전할 곳도 마땅치 않다면 팔릴 리가 없지요.



이에 반해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의 확장, 배터리 기술 발전, 다양한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보급률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10만대로 2016년보다 54%나 늘었습니다. 누적 판매량도 3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블룸버그는 ‘2018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를 인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판매가 연간 3,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죠.

수소차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한 이유입니다. 수소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만 만들 수 있어 제조사가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전기차 업체는 1,000여개에 달하지요. 자동차 생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구글·바이두는 물론 심지어 청소기를 만드는 다이슨도 진입할 정도니까요.

또 리튬이온전지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가격 경쟁력과 에너지 효율이 모두 뛰어납니다. 테슬라의 모델3 가격은 3만5,000달러(약 3,927만원) 정도로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 가격이 10만9,0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울 만큼 떨어졌죠. 유지비 면에서도 전기차가 수소차를 압도합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테슬라의 모델3는 1㎞ 주행할 때마다 25원(급속충전 시)이 들어가지만 현대차 수소차인 넥쏘는 73원이 들지요.

하지만 미래에는 수소차가 전기차를 압도할 것이라는 주장도 완성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나옵니다. 훨씬 더 환경친화적이니까요. 수소차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차원을 넘어 고성능 공기필터로 미세먼지까지 정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기차는 전기를 화력발전소건, 원자력이건 외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전기차보다 길고 충전 시간도 5분 정도로 짧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기술 개발이 가속화하면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수소차 가격도 대폭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소차 업체들이 ‘10만대 판매’라는 규모의 경제를 갖출 경우 전기차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이 수소차가 미래형 자동차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KPMG가 올해 초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임원들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8%가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잠재성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반격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소차 양산 기술과 시스템을 가진 업체는 한국의 현대차,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등 3곳입니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지요. 최근에는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선보이며 높은 기술력을 보여줬죠. 또 독일의 BMW와 벤츠, 미국의 GM도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죠.

시장 창출을 위한 업체간의 동맹도 활발합니다. 현대차는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과 수소차 연료전지 기술 관련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폭스바겐은 현대차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도입해 수소차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려 합니다. 현대차의 가장 큰 도전자인 도요타는 BMW와 동맹을 맺고 202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플랫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혼다는 미국의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생산할 계획이죠.

주요국 정부도 수소차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수소 굴기’가 대표적이죠. 전기차보다 수소차를 더 집중 육성하겠다는 건데요.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는 100만대, 충전소는 1,000기 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줄이지만 수소차 보조금 20만 위안(약 3,400만원, 승용차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죠.

일본 정부도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수소차를 4만대로 늘리고 2030년엔 80만대까지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독일은 2016년부터 10년간 14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해 수소연료 전지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2023년까지 수소차 65만 대를 보급하고 충전소는 4,000기를 설치하겠다고 합니다.

그럼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가운데 누가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의 왕좌 자리에 오를까요. 판매량만 보면 전기차가 앞서지요. 수소차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산업을 키우려는 완성차 업체의 의지가 강하고 각국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다는 얘기지요.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수소차가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디젤차와 휘발유차가 공존하듯 말이죠. 수소차의 긴 주행거리를 살려 장거리용 차량에 특화시키고 전기차는 단거리 차량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과연 승자와 패자로 나뉠까요? 아니면 공존을 통해 더욱 효율성 있는 친환경차 시장을 만들어 낼까요?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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