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사람들끼리 만나서 얘기만 해도 담합으로 조사받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떤 게 법을 어기는 것인지 가이드라인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담합조사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던 것을 검찰도 할 수 있게 되는 건데 1년 내내 송사를 치를까 우려됩니다.” (A 건설 자재업체 대표)
“정부가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가라고 해서 이에 따른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해놓고 지주사의 자회사까지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 아닌가요?” (국내 지주사의 한 관계자)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전속고발제 폐지 등 국회의 주요 법안 처리를 앞두고 경제계를 대표해 의견을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상법 △공정거래법 △복합쇼핑몰 관련 규제 등의 3개 법안은 신중하게 검토해줄 것을 건의했으며 △금융혁신지원특별법·행정규제기본법 등 규제혁신법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3개 법안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하향 추세인 한국 경제를 되돌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을 통해 혁신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 도입보다는 기업 자율과 시장 규범에 맡기는 지혜를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주주기본권 훼손·이중조사 우려
‘신산업 네거티브 규제’ 촉구도
“선진국서 폐지한 것들인데…
시장에 새 제도 도입보다는
자율·규범에 맡기는 지혜를”
◇선진국은 폐지한 제도 뒤늦게 도입…주주 기본권 훼손 전망=대한상의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이 주주 기본권과 주식회사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집중투표제가 대표적이다. 일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은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3개국뿐이다. 미국은 1950년대, 일본은 1970년대에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지했다. 집중투표제가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주주 간 파벌싸움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판단에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전 세계적으로 도입 사례를 찾기 힘들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도입되면 주총 1차에서 감사위원을 뽑아야 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소수지분의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감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미래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이중조사 우려”=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애초의 취지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세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대한상의 측 입장이다.
전속고발제 폐지의 경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정위와 검찰의 판단이 다를 수 있고 한번 수사를 마친 사안을 뒤집을 수도 있다. 두 기관 간 이견을 조정하고 고발 남용을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승혁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과장은 “공정위가 무혐의로 한 사건을 검찰이 고소하는 등 이중조사가 될 것에 대한 기업인들의 우려가 크다”면서 “공정거래 관련 형벌조항이 일부 폐지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부분도 기업에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상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지주회사의 자회사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인법인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복합쇼핑몰 규제에 대해서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는 대형 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에 적용 중인 월 2회 의무휴업일을 복합쇼핑몰에도 확대·적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한상의는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소상공인은 주 업종이 달라 경쟁관계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객관적 데이터로 산정해야=상의는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최저임금의 인상구간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제시된 구간 내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정부가 노사 협의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상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과 행정규제기본법의 조속한 입법도 촉구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금융 산업과 핀테크 등의 분야에서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행정규제기본법은 신산업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의는 또 경제구조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적용 대상에 의료·보건 분야가 포함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현재 국회에는 같은 이름으로 두 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법안에는 의료·보건 관련 내용이 빠져 있다. /신희철·박효정기자 hc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