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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와 정반대인 장기금리]뒤늦은 금리인상 '실기'...통화정책 약발 안먹혀

국고채 10년물 0.8bp 되레 하락

장·단기금리差 26개월만에 최저

향후 경기·물가 불안감 커진데다

내년 금리동결 기대감도 한몫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년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긴축의 끈’을 다시 조였지만 시장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기채권 금리는 오히려 약세 기조를 보이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은행 고정금리상품이 변동금리 상품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위축기에 금리를 뒤늦게 올리는 ‘실기’를 범한 탓에 통화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30일 2.114%에서 2.106%로 하락했다. 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889%에서 1.897%로 오르면서 10년물과 3년물간 금리격차는 0.225%포인트에서 0.20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2016년 10월 10일(0.205%포인트)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금리인상 이틀째인 이날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소폭 올랐으나 3년물 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는 0.204%포인트로 더 줄어 0.2%포인트 붕괴에 임박했다.

장기금리 하락 내지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배경에는 향후 경기와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준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단기금리와 달리 장기금리는 통상 경기위축으로 실질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하락하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도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투자 위축으로 자금이 남아돌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어 시장금리가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실기’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성장률이 3%대를 구가하던 올 상반기 금리를 올렸다면 시장 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반응했겠지만 경기위축국면에 들어서야 금리를 올려 통화정책의 약화를 스스로 초래했다”고 말했다.

내년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장기금리 약세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통위에서는 조동철·신인석 금통위원은 ‘동결’ 소수의견을 내면서 한은 내부에 금리정책을 둘러싼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은 안팎에서는 두 위원의 그간 발언을 돌아봤을 때 ‘동결’ 소신을 쉽게 꺾지 못할 것으로 본다. 특히 두 위원이 중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2%에 근접했으나 최근 유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내년에는 미국 경기도 꺾이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한은도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수급도 장기금리 하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은 10년물 물량이 부족한데다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쌓은 외국 중앙은행 등 장기 채권 투자자금은 장기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김능현·임진혁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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