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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환경 실험, 캠페인 진정성에 주목해주세요“

[인터뷰]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 총괄 이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11월부터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실험을 시작했다. 이를 기념해 최근 방한한 이 캠페인의 ‘총괄 기획자’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 총괄 이사는 “친환경 캠페인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지난 10월 말 파타고니아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 총괄 이사가 이번 ‘SUTT’캠페인 한정판 텀블러를 들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다.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진짜 진면목은 실적이 아닌 다른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창업 이후 꾸준히 전개해온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홍보를 위해 방한한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 총괄 이사는 말한다.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7년에만 954개 환경 단체를 후원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친환경 운동을 시작한 1985년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환경 단체 기부금이 8,90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이르고 있죠. 직원들도 매우 적극적으로 이 같은 활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직원 기부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비영리 환경 단체에 약 1억 7,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어요. 중요한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속성’입니다. 창업 후 단 한해도 빠짐없이 새롭고 다양한 환경 캠페인을 발굴하고 진행했으니까요. 그 밖에도 사회적으로 이미 이슈가 된 다양한 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파타고니아 친환경 캠페인의 산증인

슈멜츠 이사는 지난 2003년 파타고니아 영업 파트에 합류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거쳐 지난 2010년 2월 아시아퍼시픽 총괄 이사에 부임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파타고니아가 주도적으로 전개해온 다수의 환경 캠페인을 진두지휘해왔다. 누구보다 파타고니아의 환경 보호에 대한 진정성, 이에 따른 기업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슈멜츠 이사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파타고니아가 펼치고 있는 각종 친환경 브랜딩 전략이 결코 ‘보여주기식’이 아님을 진정성 있게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환경 보호 캠페인으로 동물의 로드킬(Road Kill·갑작스럽게 도로에 출몰한 동물들이 치여 사망하는 사고)을 막기 위한 ‘I-90 고속도로 동물 보호 캠페인’을 꼽았다. 거대한 담론이나 글로벌 차원의 운동이 아닌, 지역 동물 보호라는 다소 소소한 캠페인을 언급했기에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설명에 기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모금 활동, 가두 캠페인, 지지서명 등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운동은 워싱턴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이 산맥을 가로지르는 I-90 고속도로는 원래 의도와 다르게 야생동물의 서식지 이동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4년 파트너들을 모아 ‘I-90 고속도로 동물 보호 연맹’을 만들었어요. 이후 무려 10여 년 동안 이 문제를 이슈화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죠. 야생 동물을 위한 안전 통로의 중요성을 청소년에게 교육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미술 경연 대회를 주최했고, 또 주행 중 로드킬 발생 가능성을 운전자들에게 항시 상기시킬 수 있도록 가독성 높은 표지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역 내 경제 및 환경 공동체의 목소리를 통합하는 일에도 집중했고요. 그 결과 연맹 출범 10년이 지난 2014년부터 워싱턴 주 교통부가 총 24개의 육교와 통로를 만드는 ‘I-90 - Snoqualmie Pass East’ 프로젝트의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 뿐만 아니라 독일, 칠레, 인도네시아, 체코, 캐나다, 호주 등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현지 환경 단체와 손잡거나 자체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진행하는 SUTT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Single use Think twice·이하 SUTT)’ 캠페인도 이 같은 캠페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은 예전에 전개됐던 글로벌 캠페인의 전개 방식과 조금 다르다는 것이 슈멜츠 이사의 생각이다. 특정 지역사회나 특정 국가에 한정된 활동이 아닌 글로벌 파타고니아 캠페인 중 아시아 국가를 전초기지로 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사진=차병선 기자]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 총괄 이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파타고니아는 이번 캠페인을 한국에서 시작한 것일까? 슈멜츠 이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저희가 조사를 의뢰한 컨설팅 기관 중 몇 곳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그런 한국이 지난 8월부터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규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요인을 조합해 봤을 때 한국이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장이라 판단했습니다.”

슈멜츠 이사가 언급한 또 다른 요인은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한국시장이 갖고 있는 매력이었다. 설립 5년 차를 맞이한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올해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이는 파타고니아 본사, 나아가 글로벌 지사를 통틀어 지난 5년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친환경 가치를 소비자들이 인정해줬기 때문”이라며 “한국지사가 그동안 보여준 진정성 있는 친환경 활동이 한국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코리아는 그동안 꾸준히 친환경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헌 옷을 수선해 판매하는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각종 환경 캠페인에 전달됐다. 그 밖에도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지난 1월 ‘환경팀’을 조직해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본질적인 환경 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도 국내 20여 개 환경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실질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첫 손익분기점 달성한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지사가 중심이 된 환경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 시발점이 바로 이번에 시작하는 ‘SUTT’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SUTT 캠페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통해 전개된다. 우선 캠페인 홈페이지 상에서 간략한 서명만 하면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는 자신의 이름, 이메일 주소와 함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간단한 다짐의 글을 작성하면 온라인 스토어에서 사용 가능한 6%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캠페인 홈페이지에선 일회용 플라스틱이 초래하는 환경위기에 대한 각종 정보와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실제로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오프라인에선 도레도레 등 몇몇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와 손잡은 커피전문점들은 매장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명 참여, 텀블러와 머그컵 사용 등을 독려하고 있다. 그 밖에도 파타고니아와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파타고니아코리아]파타고니아가 ‘SUTT’ 캠페인 론칭을 기념해 가로수길 플래그쉽 매장에서 진행한 이벤트 파티 현장.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한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판 텀블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개한 다양한 환경 캠페인 가운데 캠페인만을 위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왜 파타고니아는 이번 캠페인만을 위한 텀블러 제품을 한국에서만 특별히 내놓은 것일까? 슈멜츠 이사의 설명은 이랬다. “실용적인 측면을 우선 고려한 겁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와 일반 가게에서도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죠.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이번 텀블러는 제작과정에서부터 파타고니아만의 가치를 심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선 이번 제품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만 부여되는 ‘B-Corp’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미르(MiiR)’에서 생산했습니다. B-Corp은 전 세계에서 500여 개 기업만인 인증을 받은 꽤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인증입니다. 또 디자인 과정에선 미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디자인 아티스트 ‘자순 킴(Jasoon Kim)’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자순 킴은 이번 텀블러 디자인 작업 때 직접 한국을 방문해 지리산·설악산을 오가며 100여 종의 야생화, 야생초를 수집했고, 그것들을 일러스트로 만들어 디자인 문양에 활용했습니다.”

▲친환경 운동의 키워드는 ‘진정성’

슈멜츠 이사는 인터뷰 동안 자사의 모든 환경 캠페인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진정성’이란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진행하는 단순한 사회적책임활동(CSR)과는 분명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선 CSR 조직을 만든 후, 그 곳에서 기획한 활동을 사내 각 부서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한다. 겉으로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100% 자발적이라는 말을 믿기는 어렵다. 대기업에선 나름의 ‘CSR 위원회’를 만들어 CEO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통해 CSR전략을 도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위한, 혹은 이미지 개선 및 제고를 위한 ‘평판 관리’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조금 다르다. 모든 CSR 활동을 각 부서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할 경우, 이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회사 내에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다.

CSR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예산 역시 매출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는 실적 상승이나 하락에 관계없이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CSR 예산으로 배정하고 있다(한국지사는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 단체에 지원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실적, 혹은 외부적 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일관성 있게 친환경 운동을 지속하겠다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슈멜츠 이사는 이번 ‘SUTT 캠페인’이 한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면, 이를 미국, 싱가포르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국가들로 범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퍼시픽 담당으로서 이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또 다른 신규 캠페인이나 친환경 활동 등도 적극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슈멜츠 이사는 말한다. “1974년 설립 후 파타고니아에서 40년 넘게 변하지 않고 있는 궁극적인 미션이 뭔지 아세요?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업을 이용한다’입니다. 저희는 단 한 번도 이 미션을 잊지 않고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저희의 진정성을 이해해주시는 한국 고객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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