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악화 및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부진에 빠졌던 호텔신라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최고점을 찍은 후 약 4개월 만에 반 토막 났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 주가는 6월14일 13만2,000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달 말 7만원대가 붕괴되며 4개월 만에 50% 이상 빠졌다.
3년 만에 13만원대에 안착하며 승승장구하던 호텔신라가 급격하게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미국 증시 급락에 투자심리가 악화됐을 때부터다. ‘검은 10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데 이어 중국 소비 경기 둔화 및 위안화 약세, 알선수수료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0월 한 달에만 34%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11월 한 달에만 18.54% 상승하는 등 회복세가 빠르다.튼튼한 기초체력을 기반으로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데 이어 내년도 실적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 흐름을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신라는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3·4분기 매출액은 1조2,204억원, 영업이익은 6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124% 성장했다. 4·4분기 실적도 순조로워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호텔신라의 실적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3·4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5,208억원, 1,816억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로 내려진 한한령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가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10월 중순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이 한국행 단체관광상품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하루에 12.95%나 급등하기도 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내년에도 국내 면세점과 중국 소매 화장품 가격 차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매출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호텔신라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의 럭셔리 수요 둔화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내년 신규 전자상거래법 영향 때문”이라며 “주요 글로벌 럭셔리 업체들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며 국내 상위 면세사업자들은 이미 과점화된 시장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알선수수료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 업계는 오는 2019년 시장 환경도 호텔신라에 우호적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올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지진·홍수·태풍 등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여행 수요가 위축됐지만 내년에는 여행 수요가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눌려 있던 여행 수요는 연말부터 살아나 내년에는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은 619만명으로 27%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은 해외 면세점의 이익 기여가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성장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해온 호텔신라는 홍콩 첵랍콕 공항 면세점 이익 달성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적자 규모 축소가 예상된다”고도 전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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