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SUV’ 지프 랭글러가 11년 만에 완전히 달라져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신형 랭글러는 강력한 험로 주파 능력과 독특한 외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랭글러 중 시승한 사하라 트림은 도심 주행 성능도 압권이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
지프가 만든 정통 오프로더 차량 랭글러는 크게 세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차체가 짧고 문이 2개 달린 ‘스포츠’, 문이 4개 달리고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춘 ‘루비콘’과 ‘사하라’다. 루비콘은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했고, 사하라는 포장도로에서도 잘 달릴 수 있게 세팅한 차다. 국내에서는 스포츠(4,940만 원), 루비콘(5,740만 원), 루비콘 하이(5,840만 원. 가죽 버킷시트 장착), 사하라(6,140만 원) 네 가지 트림이 판매되고 있다.
랭글러는 11년만에 완전히 달라져 돌아왔다. 겉모습만 봐서는 이전 모델과 달라진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헤드램프가 LED로 바뀌었고 앞 펜더에는 방향지시등을 달았다. 범퍼에도 안개등을 넣어 투박한 앞모습을 살짝 매만진 정도다. 변화는 실내와 파워트레인에 집중되었다. 지프를 수입하는 FCA코리아는 볼트와 너트를 제외하고 95%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내, 특히 운전석 센터페시아엔 8.4인치 터치 스크린을 달아 요즘 차 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LED를 활용한 실내 조명, 스마트키 시스템,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까지 있어 투박한 지프에 익숙했던 마니아들에게 신세계를 안겼다.
사하라를 타고 서울과 경기도 가평군 일대를 왕복했다. 사하라는 루비콘 보단 약하지만 여느 SUV보다 훨씬 강력한 오프로드 돌파력을 갖고 있다. 사하라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사하라는 무척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사하라는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한다.
가평군에 있는 칼봉산 자락에서 시작되는 거친 임도를 따라가면 경반분교가 나온다.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국도를 타고 달렸다. 칼봉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임도가 이어진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준비해야 할 때다. 사하라를 멈춘 뒤 변속기를 중립에 놓고 별도로 마련된 4륜구동 변속 레버를 4H 오토로 전환했다. 신형 랭글러도 이전 모델처럼 스틱형 4륜구동 변속 레버를 탑재하고 있다. 랭글러를 소유하고 있으면 수동으로 구동바퀴축을 전환하는 멋진 손맛을 즐길 수 있다. 변속기를 다시 드라이브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에 살짝 힘을 가했다. 거친 돌로 가득한 개울을 가볍게 건넜다. 신형 랭글러의 최고 수중도하 깊이는 76.2cm로 성인 허리 깊이까지 물이 차 올라도 거뜬히 건널 수 있다.
이후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오프로드 주행 시엔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꾸준히 밟고 있어야 한다. 급격한 가속과 감속은 금물이다. 사하라는 좌우로 기우뚱거리면서 경사각 35도가 넘는 언덕길을 올랐다. 전고가 더욱 높아진 신형 랭글러는 계곡에서도 바위에 긁히거나 걸리는 일이 없었다. 사하라에 적용된 ‘셀렉 트랙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은 엔진 힘을 전륜과 후륜에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참고로, 루비콘 트림에는 훨씬 강력한 4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포장도로를 달릴 때엔 가솔린 엔진이 주는 장점을 톡톡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차내 소음이 아주 많이 줄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부드러운 승차감과 커브길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핸들링이다. 세단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예상보다 더 잘 달리고 잘 돌아 나간다. 제동능력도 마음에 든다. 제동이 급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시작해 끝까지 잡아준다. 이런 특성은 도심 주행에서도 안락한 주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사하라는 운전 시야가 무척 좋다. 차고가 높은데다가 사이드 미러와 앞뒤옆 유리창이 모두 커 사각지대가 적다. 사각지대 모니터링과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도 새로 적용되어 있다. 복잡한 시내에서 쉬운 운전을 돕 는 요소들이다.
신형 랭글러는 이전 모델에 비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이 정도면 오프로드 마니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을 뽐낼 수준이다. 도심형 SUV 차량이 도로에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다. 랭글러(사하라와 루비콘 모두)는 그 독특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차다. 원조 SUV가 지닌 험로 주파능력에 더해 안락함까지 갖춘 차를 찾는다면 사하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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