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6%에 그치며 2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갇혔다. 기업은 투자에 나서지 않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으면서 투자와 소비가 모두 부진했던 탓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과 고용부진으로 내년 경기는 더욱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서비스 혁신을 통해 내수시장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분기 0.6%…이어지는 ‘0’의 행진=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00조1,978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2·4분기보다 0.6% 증가했다. 2·4분기(0.6%)에 이은 2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한은이 지난 10월 발표한 속보치와 비교해 전체 성장률은 변동이 없는 가운데 설비투자는 -4.4%로 0.3%포인트 개선됐지만,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는 각각 0.3%포인트-0.1%포인트 떨어진 -6.7%, 0.5%로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투자가는 외환위기(1998년 1·4분기 -9.7%) 이래 82분기 만에 최저였다. 반도체 호조로 수출은 3.9% 늘었고, 수입은 기계류 수입이 줄어 0.7% 감소했다. 기계류 수입 감소는 향후 설비투자 부진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다.
업종별로 제조업은 2.3%로 작년 3·4분기(2.7%)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반도체 등 전기 및 전자기기가 9.0% 성장해서다. 건설업은 투자 부진에 -5.7%로 81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3·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계절조정기준)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GNI는 한 나라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소득 등을 합친 지표다. 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했지만 국외순수취요소 소득이 흑자가 되면서 개선됐다. 해외 증권투자와 이자소득 등이 1조원 흑자였다.
◇투자·소비 부진, 저축만 늘어=이날 잠정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장의 주축인 투자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설비 투자는 2분기 연속 동반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투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설비투자가 속보치보다 소폭 개선된 이유는 노후화한 지하철 2호선 차량교체가 포함됐기 때문인데, 내년 4월 이 작업을 마치면 일회성 요인 마저 사라져 설비투자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5세대 이동통신 투자가 올해 4·4분기부터 5년간 20조원 규모로 이뤄지는 점은 호재로 분류되지만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들은 냉랭한 경기에 저축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며 내수시장이 더 위축하고 있다. 총저축률은 35.4%로 0.8%포인트 상승했는데, 국민총처분가능소득(2.1%)이 최종소비지출(0.8%)보다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2.7%도 흐릿…내년은 더 암울=예상보다 3·4분기 지표 곳곳에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한은이 지난 10월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마저 달성이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3분기 누적 성과를 볼 때 4·4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0.84~1.21%이 돼야 연간 기준 2.7%를 맞출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라며 “3·4분기 폭염이나 지자체장 교체에 따른 지출 둔화 요인이 해소되고 개별소비세·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며, 입국자 수도 꽤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고 고용부진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등 성장율을 끌어내리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리스크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기관들의 평균 예측치인 3.7%보다 0.2%포인트 안팎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한은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소비, 투자 등 경제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와 소비 전반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하고 내수를 진작할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능현·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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