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주택사업자의 과한 세 혜택을 줄이고 세입기반 잠식을 막기 위해 의무등록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급격한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혁신성장의 속도를 내는 것이 시급한 해결과제라는 입장을 냈다.
홍 후보자는 임대주택사업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1~2년의 시간을 두고 (임대주택사업자의) 의무등록제를 검토하겠다”며 “다만 임대료 급등이나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현재 자율등록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란에는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유세 강화는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이라며 “조세체계를 바꾸는 것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에서는 혁신성장의 속도를 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큰 틀에서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제활력을 되찾고 경제 구조개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 (모두발언 내용에도) 일부러 혁신성장을 먼저 넣었다”고 설명했다.
경제활력을 이끄는 것은 민간의 역할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홍 후보자는 “활력의 주역은 민간이고 정부는 지원자”라며 “민간이 시장에서 의지와 의욕을 갖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활동을 하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간의 3축과 매주 또는 격주로 소통 라운드테이블을 갖겠다”며 “대통령께도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근무제 등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자는 “경제가 어려운 것은 구조적·경기적 요인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방향 자체보다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 등 일부 정책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경제에 영향을 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의 결정구조도 바꾸겠다는 입장을 냈다. 홍 후보자는 “여러 가지 지표와 지불 능력을 봐서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설정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구간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원적인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상의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겠다는 홍 후보자의 발언은 고무적”이라며 “후보자의 발언을 미뤄보면 앞서 상의가 제안한 결정구조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표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현재 경기 상황이 불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의에는 “경기둔화 국면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경기침체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홍 후보자는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성장률이) 역성장할 때 쓰는 표현”이라며 “경제수장이 경기침체라는 공식 답변을 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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