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며 경제성장세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 성적이 2, 3분기보다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투자 부진에 소비 하락 신호가 커지고 있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나마 기댈 곳은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과 재정 지출 증가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였다. 3분기 성장률은 10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성장률을 부문별로 뜯어보면 10월 잠정치 발표 때보다 내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4.4%로 10월 발표 때보다 0.3%포인트 상향조정됐다. 그러나 건설투자(-6.7%)는 -0.3%포인트, 민간소비(0.5%)는 -0.1%포인트 각각 하향됐다.
내수 기여도는 10월 속보치 때 -1.1%포인트에서 -1.3%포인트로 떨어졌다. 내수 기여도는 2011년 3분기(-2.7%포인트) 이후 가장 낮다. 내수를 또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보다 투자가 부진했다. 투자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의 성장률 기여도는 -1.4%포인트로 2012년 2분기(-1.4%포인트) 이후 가장 낮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9%포인트였는데, 투자에서 상당 부분 성장률을 깎아 먹었다는 의미다.
투자의 두 축인 건설·설비 투자는 전 분기에 이어 동반 역성장했다. 건설·설비 투자가 2분기 연속 동반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2008년 1∼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부동산 대책 강화 등의 영향으로 건물·토목건설 모두 줄었다. 설비투자 역시 그간 증가세를 주도한 반도체 투자가 일단락된 후 호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반등 요인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올해 4분기부터 시작해 5년간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5세대 이동통신 투자가 설비투자 상방 요인이라지만 올해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은 4분기에도 투자를 제외한 수출, 소비가 성장세를 이끌어야 하는 셈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얼마나 나올지가 주목된다. 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들은 올해 2.7%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 2.5%였다. 분기별로 올해 1분기 전분기 대비로 1.0% 성장에서 2분기, 3분기 각각 0.6% 성장을 이뤘다. 4분기 성적표는 2, 3분기보다 나아야 2.7%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 계산에 따르면 4분기에 전분기 대비로 0.84∼1.21% 성장해야 한다. 한은은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폭염 충격이 사라졌고 6월 지방선거 후 미뤄진 재정 지출이 4분기에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유류세 인하 정책 등도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부정적인 신호 또한 적지 않다. 건설·설비 투자는 반등 재료가 보이지 않아 계속해서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도 냉각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99.5로 기준치 100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10월에는 96.0으로 작년 2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 고용 부진도 경제를 짓누르는 하방 리스크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도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 투자 등 경제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오르면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고 성장률을 낮추는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0.25%포인트 인상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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