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063170)이 오는 13일 종로구 평창동 사옥에서 개최하는 ‘제 150회 미술품 경매’에 총 89점, 낮은 추정가 총액 약 330억원 규모를 출품한다. 서울옥션이 개최한 국내 경매 중 최대 규모다. 서울옥션이 ‘단색화’ 열풍이 뜨거웠던 지난 2015년 홍콩경매 때 약 350억원 규모의 출품작을 선보인 데 이어 역대 두 번째이며,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최대 출품 총액이다.
이번 경매 최고가 출품작은 이탈리아 악기 명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제작한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으로 시작가 70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세계적 명품 악기인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이 국내에 유통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를 기점으로 고악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경매 출품작 ‘팰머스(Falmouth) 1692’는 1692년에 제작돼 320년 이상 연주됐으며, 1843년의 소유주였던 조지 헨리 보스카웬 백작의 이름을 따 ‘팰머스’라 불린다. 이 출품작은 현존하는 스트라디바리 중 소장 이력과 문헌 등이 가장 잘 정리된 악기 중 하나다.
이번 경매의 전반적 특징은 한국미술사의 주요 작가, 대표적인 수작(秀作)을 엄선했다는 점이다. 이중섭의 서정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유화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가 시작가 35억원에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 직후 통영에 잠시 머물던 이중섭이 비둘기, 개구리, 나비를 등장시켜 부드러운 봄기운을 담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출품됐으며 당시 인기투표에서 이중섭의 ‘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한 그림이다. 이중섭은 지난 3월 그의 대표작 ‘소’가 47억원에 팔려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등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다.
지난 9월 경매에서 대표작 ‘초원’이 20억원에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작품가 상승 국면에 있는 천경자 화백이 또다시 최고가 경신에 도전한다. 1981년작 ‘알라만다의 그늘’은 1m의 대형 화폭에 꽃다발을 안고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 주변을 꽃과 앵무새, 야생동물 등이 에워싼 작품이다. 자연 속에서의 자아성찰을 의미하는 이 작품의 추정가는 23억~35억원이다.
붉은색 전면 점화가 85억원에 팔려 한국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를 확고히 한 김환기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김환기의 서정성이 가장 두드러진 1950년대의 정물화 ‘실내(Indoor)’가 추정가 15억~20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꽃·과일·목기·도자기 등 전형적인 김환기식 정물화 소재가 등장하면서도 공간을 평면적인 면으로 분할해 재구성해 작가의 개성을 드러낸다. 청량한 느낌을 풍기는 김환기의 1970년작 전면점화 ‘22-VII-70 #184’은 푸른색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녹색, 분홍색, 하늘색, 빨간색점이 교차 배열돼 리듬감을 더한다. 추정가는 15억~20억원이다.
한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박수근의 대표작인 ‘나무와 두 여인’(이하 추정가 8억원)도 출품됐다. 박완서가 소설의 소재로 삼았을 만큼 인상적인 박수근식 나목(裸木) 좌우에 아이 업은 아낙과 함지를 인 여인이 등장한다.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는 51세에 요절해 작품의 희소성이 높다. 한국 조각의 사실주의 분야를 개척한 그의 ‘말’(3억~5억원)과 여성 흉상인 ‘경자’(2억5,000만~4억원)가 시장에 나왔다. 백자 항아리에 꽃과 과일 등 정물을 배치한 그림으로 유명한 도상봉의 1969년작 ‘항아리’(3억~5억원)을 비롯해 1970년에 그린 풍경화 ‘향원정’(2억5,000만~4억원) 등이 경매에 오른다.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장욱진의 ‘새와 아이’(1억5,000만~2억5,000만원), 무위자연의 소망을 그린 ‘무제’(1억~1억5,000만원) 등이 출품된다.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1910년 3월 옥중에서 쓰고 손도장을 찍은 유묵, 추사 김정희가 북경에 머물렀을 당시 청나라 문인들과 나눈 시와 글을 엮은 필담첩 등 고미술품도 다양하며 디자인 가구와 와인, 해외미술품 등이 선보인다. 출품작은 6~13일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전시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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