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신탁상품을 판매·운용하는 과정에서 고객별로 신탁수수료를 최대 30배 가까이 차이를 둬 부과하거나 무자격자가 상품을 판매하는 등 위반사항이 대거 적발됐다.
5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8~9월 금융투자검사국·일반은행검사국·특수은행검사국·생명보험검사국이 신탁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 8곳을 대상으로 한 합동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신탁은 금융자산, 부동산, 주식 등의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 운용해 수익을 내서 수탁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현재 은행 19개사, 증권 20개사, 보험 6개사 등 총 45개의 금융사가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번 합동검사는 신탁자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은행 4곳(신한·기업·국민·농협은행), 증권 3곳(삼성·교보·IBK투자증권), 보험 1곳(미래에셋생명)에서 진행되었다.
합동검사 결과 정당한 사유 없이 고객별로 신탁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한 경우가 적발됐다. 모 증권사는 다수 고객이 동일 신탁상품에 가입했는데도 고객 간 신탁보수를 연 0.10%에서 2.83%까지 28배 차이가 나게 부과했다.
다수 고객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상품을 홍보한 사례도 드러났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직접 운용대상 상품을 지정해야 해 다수의 일반 고객에게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것은 법규 위반에 해당한다.
판매 자격이 없는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특정금전신탁을 권유·판매하고, 고객에게 신탁상품을 권유하면서 상품의 위험요인 등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자본시장법은 신탁업 금융사가 고객을 상대로 투자 권유를 할 때는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을 고객이 이행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중요한 사항을 누락하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고위험 등급의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ELT)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투자 부적정 사실을 별도 고지하지 않고, 서명·녹취 등의 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지적됐다.
이외에도 금융회사가 신탁계약과 다르게 운용하거나 고객의 운용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고객재산의 운용 자료를 10년간 기록·유지해야 함에도 이를 어긴 경우도 발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합동검사 결과에 대해 “금융사 법규 위반사항은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투자자 보호와 관련이 높은 영업행위를 대상으로 금융권역 합동검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탁 영업을 하는 전체 금융회사(45개사)에 주요 위반 사례를 제공해 금융사에서 자체적인 표준업무 절차를 마련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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