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60개 중 신규 지정된 3개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56개 집단 소속 회사 1,884개다.
이번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상 총수 일가들은 책임경영은 외면하는 반면 지배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기업의 지배력에 따라 달라졌다. 전반적인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15.8%로 4년 연속 하락 추세이며,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전체의 5.4%에 불과하다.
반면 지배구조 정점에서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회사의 경우, 등기 이사 등재 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59개)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78.0%인 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공익법인(93개)의 등재 비율은 39.8%에 불과했다. 이는 경영상 책임을 물어야 하는 등기 임원직은 되도록 기피하면서도 지주 회사에서의 경영권은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책임 경영’보다는 ‘지배력 강화’에 몰두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사 등재가 안 됐음에도 경영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등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아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감시 기능을 높이는 장치들이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사 대상의 사외이사는 전체 이사의 50.1%(787명)를 차지하고, 95.5%의 높은 이사회 참석률을 보였다. 문제는 최근 1년간(작년 5월-올해 4월) 이사회 안건 5,984건 중 99.57%가 원안대로 통과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내부 거래 관련 안건 810건 중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외이사가 또 다른 ‘예스맨’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회의록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깜깜이 안건’도 많았다. 공정위가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295건을 분석한 결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안건 279건 중 그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81.7%나 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맥주캔 통행세’로 총수 2세에게 100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과징금 79억5천만원을 부과한 하이트진로의 이사회회의록에 관련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을 예로 들며 충실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1년간 국내 기관투자자는 대기업집단 소속 211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안건 총 1,362건)에 참가했으며, 의결권 행사 비율은 73.8%였다.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지정된 26개 집단의 의결권 행사비율이 71.5%였다는 점을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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