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활성화 및 과세 제도 합리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인하·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 및 업계 사이에 현행 증권거래세 제도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증권거래세 축소·폐지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해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과세 관련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 축소·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증권거래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동일한 주식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는 중복되는 경제적 이중과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정부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양도에 대한 투자자의 세금 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현행 시가총액 15억원 이상에서 오는 2021년 4월부터 시총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가 1만1,000여명에서 7만5,000여명으로 7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거래세는 지난 1963년 도입된 후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1996년부터 현행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주식은 0.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이고 코스닥·코넥스·K-OTC도 0.3%이며 기타 비상장주식은 0.5%다. 문 교수는 “저금리에 따라 1990년대 연 10%대였던 예금금리가 최근 1%대로 떨어졌고 증권거래 수수료도 크게 낮아지고 있지만 증권거래세율은 변화가 없다”면서 “이러한 증권거래세율은 중국·홍콩·태국(0.1%)보다 높고 미국과 일본은 증권거래세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의 한국 증시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1990년대 전후로 일본·스웨덴 등 해외 여러 국가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서 영국·프랑스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권거래세 또는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 중 하나만 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상품 중 주식에는 배당소득세·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가 모두 적용되는 반면 채권·파생상품·주가연계증권(ELS)·펀드에는 각각 다른 과세 체계가 적용되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송상우 법무법인 율촌 회계사는 “현행 제도에서는 과세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상품을 선택하게 되고 불합리한 기준에 대한 반발과 불신을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과세 대상인 상장주식과 배당소득 과세 대상인 비상장주식을 담은 펀드가 상장주식 거래로 손실을 봤는데도 비상장주식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주식시장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 효과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이사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결국 세수는 늘게 돼 있다”며 “저출산·노령화에 따른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벤처기업 투자가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거래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증권거래세 목적인 투기적 거래 방지보다는 거래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상률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전체 주식투자자 약 500만명 중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자가 2021년 8만명 수준으로 늘어도 전체 투자자 중 극소수이기 때문에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이중과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1990년대 이후 증권거래세를 세 차례 인하했는데 그때마다 6개월 후 주가는 하락했고 거래량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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