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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김동하의 머니테인먼트]방탄소년단 성공 뒤엔 팬덤·덕후 넘어선 AU·스토리텔링이 있다

AU·팬덤과 BTS열풍

마블 영화 '어벤저스' 등 히트엔

팬덤이 결정적인 역할했지만

'대안 세계' 공감 있었기에 가능

재미있고 건강한 AU 만들어내

BTS도 더욱 탄탄한 팬심 형성

엔터산업 '상상 세계' 창조해가야





AU(Alternative Universe. 대안세계)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대안세계를 말하는 AU보다는 가상현실이라는 의미의 VR이 일반 대중들에겐 더 익숙한 말일 것이다.

AU는 일부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팬들의 소수문화로 여겨지기 쉽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작품이 추구하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확장된 AU의 세계관이 지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벤져스’와 같은 마블의 영화 시리즈와 K팝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른바 ‘팬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팬덤이란 덕후보다 집단적인 의미로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말한다.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실상 팬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학교에도, 동네에도, 아이돌이 아니라 과거 ‘칠공주’나 ‘얼짱오빠’도 인기가 입소문을 타면 팬덤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팬덤, 팬심 등으로 마블과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 성공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개개인의 관심과 호감을 바탕으로 작품, 캐릭터, 아이돌 멤버 등과 팬들이 함께 공감하는 거대한 대안의 세계관, AU를 형성해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팬덤, 덕후가 이끄는 AU 전성시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탄생 기원은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CU의 시작은 2008년 마블의 첫 영화 ‘아이언맨’부터라고 하지만 마블의 가장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한 건 1941년으로 70년이 훌쩍 넘는다. 마블 코믹스가 수십년간 만들어 온 5,000여개의 캐릭터는 어벤져스의 형태로 헤쳐 모였고, 또 다른 우주인 갤럭시에서는 가디언즈의 형태로 모여 영화로 만들어졌다. 2018년 한국 영화 개봉기록 대부분을 모두 갈아치운 ‘어벤저스-인피니티 워’는 두 우주의 캐릭터들이 또다시 모여 사투를 벌인 뒤, 참극으로 막을 내린 채 후속편을 기다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프로듀서이자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방시혁은 2018년 2월 KBS에 출연, 방탄소년단이 성공한 데에는 각각의 멤버와 앨범뿐 아니라 BT21(캐릭터), BTS월드(게임)와 같은 세계관으로 잘 확장한 점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기획과 스토리텔링, 두터운 수준의 AU를 설정함으로써 팬들이 더 깊고 건강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였다.



VR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의미하는 방향성은 AU와는 완전히 다르다. AU가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팬들의 상상력이 만나는 상상 속 세계관이라면 VR은 인공적으로, 기술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현실, 인공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VR은 가공의 상황이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컴퓨터 자원이나 장치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현실(Artificial Reality)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등장한 AR게임 포켓몬 고(GO)는 국내외 팬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성공의 배경에는 구글에서 분사한 제작사 나이앤틱의 AR기술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1985년부터 시작된 포켓몬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영화들이 만들어낸 포켓몬만의 세계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VR과 AR이라는 건 기술이자 도구일 뿐, 그 도구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오랜 기간 팬덤을 통해 탄탄하게 다져진 AU였다는 의미다.

가상현실과 인지부조화…육성의 방향은

VR이 게임, 음악 등 콘텐츠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지부조화, 즉 멀미를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AR수준의 포켓몬고가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태국에서 포켓몬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프랑스 교육부장관이 학교 주변에는 포켓몬을 풀지 말아달라고 공식 요청했던 점도 인공적인 가상현실과 현실의 위험이 충돌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능동적으로 창조하고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선택은 어느 쪽으로 향할까. ‘작가의 상상력으로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상의 세계관’을 택할까, 아니면 ‘감각과 인지의 조합을 흔들어 유도하는 가상의 현실세계’를 택할까.

정부가 창조산업, 혁신산업 등의 이름으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으면서, 최근 지원금의 흐름은 후자인 VR과 같은 신기술로 많이 쏠리고 있다. 만화가라는 직업이 창피하다며 가명을 쓰고 활동했던 마블 명예회장 스탠 리 같은 사람을, 우리는 지금의 톱다운식 산업지원과 서류 및 발표 평가방식으로 발굴해 낼 수 있을까.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위해, 산관학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현상에 뿌리를 둔 보다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그 고민의 과정에는 현실을 결핍을 대안의 세계를 함께 창조해 나가며 충족시키고 있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 덕후와 팬덤이 반드시 포함eho야 할 것이다. /<한성대 융복합과정 교수·성북창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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