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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김명준 SW정책연구소장 "벤처인들 은둔자로 남아선 안돼...젊은이들 롤모델 됐으면"

대기업, 외국벤처만 사려 해

M&A관련 국내 규제완화 급해

창업자 차등의결권 인정해야

구글처럼 뚝심있는 결정 가능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이 최근 경기도 판교 사무실과 서울 역삼동 한국공학한림원 회의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 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명준(63)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국내 스타트업·벤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롤모델로 나서고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우선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 마윈 등 미국이나 중국의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대학생 등 젊은이의 롤모델이 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돼 역동적 창업 생태계가 조성됐으면 한다며 아쉬워했다. 네이버·넥슨·엔씨소프트·NHN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으로 성공한 벤처 창업가들이 사업에만 파묻혀 ‘은둔의 경영자’로 남지 말고 사회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성공한 벤처기업인 중 이너서클끼리만 어울리는 경향이 있는데 신비주의 행보만 하지 말고 젊은이의 롤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요즘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이나 이재웅 다음 창업주, 박종환 워크앤올 대표 등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멘토링도 하는 재투자가 이뤄지는 기미도 보인다며 대기업으로 성장한 창업주의 분발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자금 지원뿐 아니라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국내 벤처기업을 M&A하면 세제와 규제 등 많은 걸림돌이 있어 외국 벤처기업만 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히려 대기업이 중소 벤처기업의 기술과 사람을 빼가는 부정적 관행만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벤처·스타트업이 성공한 뒤 기업을 매각해 그 돈으로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3년 안팎의 겸업 금지 규정을 피해 재창업에 나서는 게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허용 주장도 폈다.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기업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창업주가 13% 지분만 보유해도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프랑스 로레알에 4,000억원에 기업을 매각했는데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차등의결권이 금수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으나 10년 이내 벤처 혁신기업에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야 구글처럼 뚝심 있게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벤처·중소기업 지원 비중이 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시스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퀄컴 원천기술을 활용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개발 등 ETRI의 오랜 기술 국산화와 신기술 응용의 역사를 짚으며 자긍심을 표명했으나 출연연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PBS란 25개 출연연의 예산 중 정부가 절반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출연연이 기관이나 기업의 과제를 수주해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출연연에서 PBS 때문에 연구원들이 과제를 따기 위해 칸막이가 생기는 병리현상이 발생했다”며 “정부가 ‘IT839(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 정책을 펼 당시 부문 간 경쟁을 강조해 ETRI도 7개 본부 간 경쟁 체제에서 오히려 사업 중복이 이뤄지고 협력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지난 정권부터 출연연에 기초연구로 노벨상을 받고 창의적으로 고령화 등 사회문제도 해결하고 대기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해 우수한 연구원에게만 일이 몰렸다”며 “기초연구는 장기예산도 편성해야 하고 기존 평가방식도 새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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