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지난 6일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박정호(사진) SK텔레콤(017670)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총괄 중간지주사 설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ICT 부문 총괄 중간지주회사(가칭 SK투모로우)와 이동통신부문(MNO) 담당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중간지주사 산하에 SK하이닉스(000660)·ADT캡스·11번가·SK브로드밴드 등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최근 SK그룹 인사로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하게 돼 기존의 통신사업 외에 콘텐츠와 미디어 분야까지 직접 총괄하게 됐다. 박 사장은 또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글로벌성장위원장까지 맡아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해 박 사장에게 중책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8월 박 사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비공개 투자 간담회에서 ICT 중간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으며 10월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도 중간지주사 설립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SK텔레콤이 발표한 조직개편 방안 또한 중간지주사 설립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은 6일 △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를 중심으로 4대 사업부 조직을 재편했다. 이들 4대 사업부는 각각 SK그룹의 ICT 중간지주사 산하에 놓이게 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ADT캡스·11번가와 영역이 정확하게 겹친다. 또 이들 4대 사업부 조직장에 유영상 MNO사업부장, 윤원영 SK브로드밴드 운영총괄 겸 미디어사업부장, 최진환 ADT캡스 대표 겸 보안사업부장, 이상호 11번가 대표 겸 커머스사업부장을 각각 앉힌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 외에도 SK텔레콤은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옥수수’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하는 한편 음원을 담당하는 ‘그루버스’도 사명 교체 후 규모를 키울 계획을 갖고 있는 등 ICT 중간지주사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자금이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로 전환 시 향후 개정될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07%인데 지분 10%를 더 매입하려면 대략 4조8,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이 3·4분기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조7,180억원에 달하지만 ADT캡스 인수자금과 5세대(5G) 주파수 사용료만으로도 올 4·4분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 중간지주사 산하의 통신부문 사업체 재상장을 통한 구주매출로 지분 매입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CT 중간지주사 설립에 반대하는 기존 주주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같은 사업 모델을 통한 ICT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ICT 중간지주사 설립 시 자율주행차 개발이나 사물인터넷(IoT)과 연계된 보안 서비스 등 ICT 분야에서 SK그룹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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