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곡으로 알려진 ‘싱귤래리티’는 과학기술에서는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특이점)을 말한다. 미국의 발명가이며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22년이면 인공지능이 한 사람의 지능과 같아지고 2045년에는 76억명의 인간 지능을 합한 것보다 더 우수하게 돼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지점이 올 수 있다”고 예언했다.
만약 특이점이 도래한다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지능만 능가할 것인지 아니면 감정까지 갖춘 로봇으로 발전할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 개봉된 ‘엑스마키나’는 인공지능 천재과학자 ‘네이든’이 만든 매혹적인 여성 로봇 ‘에이바’의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밍된 것인지를 ‘칼렙’을 통해 테스트하는 줄거리다. 이 영화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면 인공지능 로봇을 인간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감정이 과연 기술로 가능할 것인가. 1차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비약적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발전을 되짚어 본다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이점은 인공지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술 전 영역에도 적용된다. 최근 싱귤래리티대가 설립됐는데 미래의 특이점 기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말한다. 1·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기로 증기기관과 전기에너지가 대표적인 혁신기술이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알파고나 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알려진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결실인 정보기술(IT) 기반의 초연결사회를 말한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로 회자되고 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땠는가.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과거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해야 기술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점점 더 짧은 개발 기간에도 기술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이전에 겪지 못했던 기술의 발전 속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안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2년 전 에너지공학 강의시간에 자율주행자동차의 실현성에 대해 학부 3·4학년 학생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안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현화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5일 구글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무인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려하는 안정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우선 미국 피닉스의 제한된 지역 안에서 운행하지만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면 점차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앞으로 더 빠르게 우리 앞에 선보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미래기술로 중요할까’라는 질문에는 예상 답변이 가능하지만 어떤 속도로 개발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기술발전의 학습효과를 보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생각했던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은 이러한 기술발전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하나의 기술이 독립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융합기술이 동반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지난 10월 말 현대·기아자동차가 태양전지를 장착한 자동차를 공개했다. 지금은 메인 동력을 보조하기 위한 기능으로 태양전지를 자동차 지붕에 장착했지만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고 태양전지의 효율이 극대화된다면 주동력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솔라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되는 시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기술의 발전 속도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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