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업모델 발굴에 한창인 국내 대기업도 공유경제 모델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룹 전사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는 SK를 필두로 LG와 롯데도 공유경제 모델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오너 일가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공유경제 모델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공유경제 모델 창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다. SK의 공유경제 모델 중 대표 사례는 정유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GS칼텍스와 손잡고 내놓은 소비자간거래(C2C) 택배 서비스 ‘홈픽(HomePick)’. 홈픽은 개인이 카카오톡·네이버·CJ대한통운 앱 등으로 택배를 접수하면 중간 집하 업체가 한 시간 안에 고객을 찾아가 물품 수령 뒤 거점 주유소에 보관하고 이를 CJ대한통운이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전국의 주유소가 택배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일본 닛케이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적 예로 홈픽을 들기도 했다.
SK는 또 GS칼텍스와 손잡고 주유소 기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 ‘큐부(QBoo)’를 이날 선보이기도 했다. 큐부는 고객이 주유소 내에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 보관, 중고물품 거래, 세탁, 물품 보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큐부 서비스에 스마트 보관함 제작 및 시스템 운영 등을 맡는 ‘스마트큐브’, 세탁 서비스를 담당하는 ‘리화이트’, 물건 보관 서비스를 담당하는 ‘마타주’ 등의 스타트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상생의 가치까지 더했다.
SK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관계사별로 사회적 가치 및 공유 인프라 추진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이외에도 국내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유경제 모델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가 101개이고 자산 규모만 189조5,31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공유경제 모델 도입에 따른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기업들은 공유 오피스 모델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는 건물 전체나 일부를 작은 사무실로 나눠 스타트업과 같은 입주자에게 월 사용료를 받고 임대해 주는 사업 모델이다. 회의실이나 휴식공간은 물론 세무 및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 젊은 창업자들에게 인기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선보인 ‘스튜디오블랙’과 한화생명의 ‘드림플러스’를 대기업이 만든 공유 오피스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9월에는 LG그룹 서브원이 서울 강남에 ‘플래그원’을 개소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유 오피스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한화생명의 드림플러스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주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화그룹이 전사적인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롯데의 경우 롯데물산이 이달 말 공유 오피스 ‘빅에이블’을 선보이고 롯데자산개발은 ‘워크플렉스’를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이웅열 회장의 퇴진 발표로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코오롱그룹이 내놓을 공유경제 모델도 관심을 받고 있다. 코오롱그룹 산하 부동산 공유 서비스업체 ‘리베토’의 경우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싱가포르에 ‘리베토Pte. Ltd’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 공유경제 모델이 더 주목받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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