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000400)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인수자와 매각자 사이에 다양한 변수가 결합된 고차원 방정식이 형성되고 있다. 매각 작업 초기인 현재 예상보다 많은 후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관건은 기업가치와 성장성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롯데그룹이 얼마나 협업할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매각을 공식 발표하고 인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두 회사가 최소 1조 5,000억 원의 매각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 했다.
◇인수후보별 관심 엇갈려=금융권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이 손보, 하나금융지주는 카드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그룹의 2대 주주인 BNK 금융지주는 손보와 카드 인수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상대적으로 손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추가로 국내 1곳과 해외 2곳에서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로 둔 손보보다 카드업 진출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중 인수전을 완주할 후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후보들은 노골적으로 “경쟁사의 상황을 알기 위해 데이터 룸 실사에 나서지만 적극적으로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시장 점유율이 낮고 카드는 수수료 인하, 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부담할 비용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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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성장할까=인수 후 기업가치에 대한 전망도 변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시장 점유율 7.5%로 카드업계 5위인데 가맹점 수수료 개편에 따른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롯데카드는 계열 유통사와 연계되어 가입 고객 중 실제 활동하는 비율이 타사보다 높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돈 쓰는 고객을 파악할 수 있어 은행 자산관리(WM)사업과 낼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 역시 인수 후 손해율을 제어할 수 있다면 기업 가치는 수백억원 가량 뛸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의 비율)은 110%로 업계 평균인 103%보다 높다”며 “손해율을 1%만 줄이면 당기순이익이 200억원 오른다”고 말했다. 손해율을 낮추려면 보험사기 등 모럴 해저드를 제어하고 과도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비중을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기간 매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성은 높아진다.
◇롯데의 기대는=매각자인 롯데그룹의 입장도 인수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롯데는 재무적 필요성에 따른 매각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매각인 만큼 가격요소 못지않게 정성적 요소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매각 후에도 롯데그룹과 사업 파트너로서 디지털 전환 전략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지, 기존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지를 꼼꼼하게 따지기로 했다. 과거 CJ그룹이 이재현 회장 출소 직후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면서 더 비싸게 사겠다는 사모펀드보다 사업의 영속성과 직원 고용을 책임지겠다는 한국콜마를 선택한 사례와 비슷하다.
◇롯데 고객 유지할까=롯데그룹은 금융사 매각 이후에도 기존 거래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른바 ‘캡티브마켓’(계열사 내부시장)유지다. 롯데카드는 롯데 유통 계열사와 고객 빅데이터를 놓고 협업할 수 있고 롯데손보는 롯데 임직원의 퇴직연금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가 가진 카드와 손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신동빈 회장의 개인 지분을 남겨 놓으면 자연스럽게 롯데와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롯데그룹이 지분 11.14%를 쥔 BNK금융지주가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BNK지주가 롯데 금융계열사를 인수한다면 양 그룹이 지분 정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BNK지분도 중장기적으로 매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임세원·조윤희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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