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신라호텔의 1층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 하프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 낸 포카혼타스 OST ‘바람의 빛깔’의 선율은 주말 오후 휴식의 행복감을 배가시켰다. 테이블 위에 ‘애프터눈 티세트’가 놓여 지는 순간 한가로운 주말 오후의 여유로운 감성은 이를 보는 이들의 ‘와우~’라는 탄성과 함께 절정에 달했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의 눈에 하얀 눈이 내린 겨울 느낌의 애프터눈 티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레드 컬러의 디저트가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 캐롤을 떠올리게 했다.
한가득 겨울 감성이 묻어난 애프터눈 티 세트는 주말 낮 1시 모든 테이블을 장식했다. 커플, 아이가 있는 가족, 친구끼리 삼삼오오 방문한 사람들은 애프터눈티 세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호텔의 럭셔리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원래 애프터눈 티는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점심과 저녁 사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차와 함께 가벼운 식사를 즐긴 것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영국이나 홍콩, 싱가포르의 주요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선보이고 있는데 해외 유명 호텔의 경우 6개월 전 예약해야 갈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된 디저트 트렌드 속에 해외 여행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경험한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욜로, 가심비 열풍와 궤를 함께 하면서 애프터눈 티가 자리를 잡았다. 처음 여성들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커플에서 현재 가족으로 확산됐다. 특히 쿠키, 과일, 베이커리류 등 보기에도 화려한 디저트와 곁들여 나오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인증샷 열풍도 애프터눈 티의 인기를 퍼뜨리는 요인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힐링과 여유를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한 달 중 단 하루라도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려는 고객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신라호텔의 겨울 시즌 애프터눈 티는 3단의 디저트로 구성된다. 1단은 흑임자와 망고소스, 아보카도 슈림프, 호박고구마 샌드위치 등 세이버리 5종, 2단은 딸기 티라미수, 스노위 라즈베리,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후르츠 무스 케이크 등 쁘띠 패스트리 5종, 3단은 산딸기 휘낭시에, 딸기 다쿠와즈, 산딸기 생초콜릿 등으로 구성된 쁘띠 푸르 5종 등 총 15개 아이템의 디저트가 마련됐다. 고급 호텔 뷔페를 가지 않고 한꺼번에 15종의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3개의 스콘과 두 잔의 커피가 곁들여져서 나온다. 디저트 중에서는 신라 베이커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케이크도 있고 애프터눈 티 세트를 위해 제작된 샌드위치나 스폰지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평소 맛볼 수 없는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함께 한다.
애프터눈 티는 금새 가족의 오후를 럭셔리하고 달콤하게 만들었다. 애프터눈 티가 주말 낮 12시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점심 겸용으로 애프터눈 티를 주문해도 좋은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게살볶음밥, 볶음쌀국수와 같은 식사 메뉴에 애프터눈 티 세트로 마무리 하니 충분한 점심 식사가 됐다. 사실 애프터눈 티 뿐 만 아니라 더 라이브러리 라운지&바의 식사나 브런치 메뉴가 상당히 맛이 좋기 때문에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5명의 가족이 메인 요리 2개, 디저트, 커피 2잔 등을 15만원 안팎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호텔임을 감안할 때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성인 3명이 식사 메뉴 1~2개를 주문하고 애프터눈 티 세트를 하나 시켜도 넉넉해 보인다.
기념하고 싶은 날이 있거나 작은 사치를 누려보고 싶을 때 ‘애프터눈 티 런치’는 어떨까.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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